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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경험하는 불안감Diary/2022 2022. 10. 22. 19:55
오키나와 여행 다녀와서 몸이 만신창이가 됐는데, 그 와중에 많은 미팅을 소화하고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 사람들에게도 적응을 하려니 지난주에는 집에 돌 와서 맨날 잠만 잤다. 처음으로 조용한 동네가 너무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이래서 부동산 업자가 처음에 집 돌아볼 때 조용한 곳에 사는 게 무조건 좋다고 했구나. 역에 가까운 집이 아니라 일반 가정집이 많은 조용한 곳에 정착하길 잘했다.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에서는 불안감을 오랜만에 느꼈다. 새로 합류한 사람이 자기 역할에 대해 자꾸 말이 바뀌는 거 같기도 하고, 합류 이유도 모호할뿐더러, 나와 역할이 겹치기도 하고, 미국 오피스 사람이기 때문에 옆에 있는 것도 아니라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생긴 불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팀 리드한테 저 사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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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웠던 인터뷰Diary/2022 2022. 8. 25. 08:02
요즘 한 팀의 사내 전배 엔지니어 면접에 패널로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어제 면접자가 작년에 같이 협업하다가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긴 사람이었다. 그의 고자세 피드백 때문에 내가 몸담은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기에 처해서 버그 수정하고 서둘러 배포하느라 살짝 힘들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리 팀 리드는 자기 주도권을 뺏기고 프로젝트에 대해 안 좋은 소식을 들었다는 이유로 회의 시간에 자꾸 그에게 딴지를 걸고 협조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나와서 곤란했다. 프로젝트가 막 시작한 단계에는 수정하기에도 바쁜데, 인정 투쟁에 바빴던 그녀는 지금 회사를 나가고 없다. 그의 면접을 진행하고 피드백을 남기다 보니 자꾸 그때의 감정이 올라와서 힘들었다. '이런 것은 쓸 수 없다'라는 사람에게 미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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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은 적절히Diary/2022 2022. 8. 20. 15:11
흔히 개발자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직업이라고 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기에 유난히 두드러져 보이는 것일 뿐이고, 사실 프로 의식을 가지고 발전을 추구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어딜 가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전에는 회사에 대한 개선 사항과 건의 사항, 불만을 끊임없이 말하는 사람들이 뭔가 있어 보여 모든 말을 경청했는데, 이제는 의도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에너지를 반만 쏟는다. 그것은 그 사람의 입장일 뿐이지 내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모든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는 것은 지난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이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면 되는데, 초년생 때는 똥인지 된장인지 분간이 안돼서 모든지 너무 진지하게 들었다. 그동안 너무나도 "억울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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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코드리뷰 독려DEV 2022. 8. 5. 10:32
이상적인 팀이라면 팀원 모두가 자기 작업뿐만 아니라 상대의 작업도 신경 쓰면서 시간 분배를 잘하는 팀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발 책을 읽어보면 이런 옳은 말 투성이(?)이지만 실제로는 개발자마다 작업 속도가 제각각이라 페이스 맞추는 것이 쉽지가 않다. 나는 일을 빨리 끝내고 퇴근을 최대한 일찍 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딱히 그런 생각 없이 그냥 '서로 다른가보다'하면서 남는 시간에 내 공부하고 가끔 딴짓도 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 생각해보면 내 입장에서는 불만 가질 일이 아니다. 잉여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니까. 그래서 얼마 전에 팀에 새로 들어온 개발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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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曜どうでしょうDiary/2022 2022. 8. 3. 09:41
https://www.netflix.com/title/80105433 요즘 넷플릭스에서 일본어 공부 겸 재밌어서 엄청 열심히 보고 있는 '수요 방랑객'! 일본어로는 水曜どうでしょう(수요일 어떠십니까?)라는 제목이다. 일본어 선생님 말로는 水曜ロードショー(수요로드쇼)라는 방송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라 한다.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는데, 30대 이상 일본 사람들은 거의 다 이 쇼를 알고 있어서 같이 이야기할 때 주제로 쓰기 좋다. (특히나 초반에) 엄청난 초저예산으로 진행한거라, 출연자 오오이즈미의 농담에 따르면, 카메라도 요도바시 카메라 같은 곳에서 2만 엔이면 살 수 있어 보이는 것 가지고 찍었다고 한다. 삿포로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주사위판이랑 주사위 가지고 전국을 돌아다니는데, 도무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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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떠나오니 깨달은 것, 바뀐 것Diary/2022 2022. 7. 30. 20:47
낯선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느낀 것이 있는데, 그동안 내가 많이 응석을 부리고 살아왔다는 것을 요즘 새삼스럽게 다시 느끼고 있다. 가끔 아빠랑 대화했던 것처럼 말을 많이 하는 때가 있는데, 그러면 상대가 많이 피곤해하는 거 같아서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엔 항상 누군가와 대화하고 나서 내가 너무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부담 주지는 않았는지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왜 내가 미국 친구들이랑 노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알게 됐다. 이들의 풍부한 리액션과 대답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내가 원하는 정도에 가까워서 자꾸 어울리고 찾게 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리액션이 많은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심심한 환경이나 조용한 환경에서는 쉴 때는 괜찮은데, 그게 직장이라면 힘든 것 같다. 외국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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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영상통화Diary/2022 2022. 7. 15. 10:20
오랜만에 친구랑 영상통화를 했다. 이것저것 근황 공유하다 보니 두 시간이나 지나가 있었다. 뉴욕 여행 다녀오고 시차 적응이 아직 안 된 참이라 통화 끝나고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원래 친구나 지인 결혼식에 관심이 없지만, 이 친구의 결혼식만큼은 관심이 가서 일본 오기 전부터 어떻게 돼가냐고 가끔씩 물어봤었다. 그런데 결말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나로서는 그저 얼른 친구가 마음을 추스르고 안정적인 삶을 꾸려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와중에 내 여행 이야기를 하려니 뭔가 분위기 전환이 급격하다고 생각했지만, 내 이야기를 재밌게 들어주는 친구가 고마웠다. 성숙한 어른을 보고 싶다는 것은 나와 친구의 공통적인 바람이었다. 앞으로 오래 살아갈 우리의 삶을 생각하면, 어떤 힘들고 이상한 일이 닥쳐도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