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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여행 끝!
    Diary/2013: Sweden Lund 2014. 1. 28. 19:37

      I've been so procrastinating :(... 이제 이만 이 프랑스 여행기를 마무리 지어야 겠다. 


      떼제에서 머무는 내내 날씨가 참 좋았다가 거짓말처럼 떠나는 날에 비가 주륵주륵 내렸다. 우리가 떠나서 슬픈가 보다. 마지막으로 다같이 그룹 사진을 찍고 떼제에서 제공하는 점심 도시락을 받은 다음에 워싱턴 주에서 온 미국인 그룹 차량에 얻어 타서 기차역으로 향했다.

      음악과 영미문학을 공부한다는 레이첼이랑 계속 수다를 떨다보니 기차 탈 시간이 되었다. 그룹 일행들과는 다른 칸이라서 아주 조용하게 파리로 돌아왔다. 떼제에서 준 도시락은 참 실했다. 바게트에 연어 스프레드에 에멘탈 치즈! 디저트까지 푸짐하게 챙겨주었다. 열차에서 내려서 친구들과 엄청 쿨한 속성 작별인사를 하고 서둘러 지하철을 타러 갔다. 머릿속에서 생각 한 일정을 다 소화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거 같았다.

      민박집에 일단 들려서 짐을 풀고, 잠시 앉아서 이모랑 얘기 조금 하다가 쉬지도 않고 바로 페르라쉐즈 묘지로 향했다. 묘지 역이 7호선에서 출발하려니 2번 갈아타야해서 시간이 더 오래 걸린 것 같이 느껴졌다.이모가 묘지가 크다길래 그냥 과장이겠지 하고 웃어 넘겼었었는데 직접 와보니 내 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는 비석의 밭이였다.

      묘지 지도가 있다해도 규모가 상당히 커서 길을 잃기 딱 좋았다. 하지만 서둘다가는 묘지도 제대로 못돌아보고 갈 것 같아서 그냥 다음 코스로 생각해 두었던 퐁피두 센터를 포기하였다. 좋은 전시회는 우리나라에서도 시간만 내면 얼마든지 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묘지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와서 전시회에 참여할 수 없잖아! 그래서 그냥 여유롭게 거기 사는 사람마냥 산책을 즐겼다.

      


    귀여운 강아지 동상이 있었다. 살아 생전 저 무덤 주인의 애견의 모습을 본따 만든 건 아닐까? 하고 억지 추측을 해 본다. 




      여기 온 진짜 목적은 프루스트의 묘를 방문하기 위함 이였다. 내 영감의 원천인 좋은 소설을 써 주신 분께 경의를 표해야 했다. 여기저기 헤매다가 어찌저찌 해서 잘 찾아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고, 모두들 자기 나름대로 프루스트에 대한 애정을 표시해놓았다. (지하철표를 조약돌로 눌러 놓은 것도 여기에 포함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ㅋㅋ) 나는 근처 꽃집에서 산 안개꽃 다발을 살며시 올려놓았는데 아직도 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저렇게 잡다구니한 것들이 많이 올려져 있는 묘는 프루스트의 묘가 유일했었다. 대중적인 사랑을 많이 받고 계시나 보다. 내가 와서 잠시 머무를 때도 10명 정도가 다녀갔다. 다음에 또 봐요~ 안녕~



      거짓말처럼 파리에 올 때마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이 날도 예외가 아니였다. 묘지를 다 둘러보고 (쇼팽의 묘도 찾으려 했으나 빙빙 헤매다가 결국 실패했다) 떼제에서 만난 친구 루시를 만나러 개선문으로 향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법을 전공하는 동갑내기 친구인데, 파리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어서 딱 타이밍이 맞아서 재회를 하기로 했다. 

      개선문 역을 나와서 올라오니 바로 커다란 개선문이 맞이해줬다. 그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한국인과 중국인, 일본인이 특히 많았다. (한중일 3자 회담은 파리에서 하는게 좋을 것 같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거리가 쭉 뻗어난게 참 멋있었다. 개선문 전망대에 올라가는게 꽁짜라는 귀중한 정보를 알고 있었기에 냉큼 프리티켓을 사서 입장을 했다. 거기가면 엘리베이터가 있을 줄 알았지 ^.^! 하지만, 그런 건 내 머릿속에서나 있었고 뱅글뱅글 돌아가는 계단이 날 반갑게 맞이해주고 있었다.

      '에이 얼마나 높겠어'하면서 처음에 엄청난 속도로 계단을 밟고 올라간 탓에 정상에 거의 다다를 무렵에는 완전 헉헉대고 있었다. 그러나 마치 등산을 했을 때 산의 정상에 올라가면 올라가는 동안의 온갖 번뇌와 욕지거리가 싹 사라지듯이, 개선문 정상도 마찬가지로 이런 성질을 띠고 있었다. 계단을 향한 분노는 싹~ 사라지고 눈앞에 펼쳐진 파리 시내 전경만 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저 멀리 신개선문과 고층빌딩들이 눈에 띈다. 파리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고층건물들은 저기에 다 모여 있는 것 같다.


      루시도 개선문을 올라왔고 같이 야경을 감상했다. 에펠탑은 오후 6시부터 한시간 간격으로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5분만 기다리면 6시니 이거 보고 내려가자고 해서 넋 놓고 에펠탑을 바라보았다. 



      반짝반짝 하면서 빛나는 것 보다는 등대처럼 저렇게 직선의 광선을 360도로 뿜어대는 에펠탑이 더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반짝반짝 + 등대를 시전한 에펠탑은 더 좋다. 이렇게!





      개선문을 내려와서 노점상에 샌드위치를 사 먹었다. 루시가 파리에 왔으니 자기가 쏜다면서 나에게 한 턱 쿨하게 샀다. 다음달 말에 스웨덴 여행을 오면 그 때 케밥피자(누가 보면 스웨덴 음식은 케밥피자밖에 없는 줄 알겠다)를 사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2월 말에 짧은 봄방학이 있는데 여기로 온다고 했다. 룬드도 놀러오고, 같이 예테보리와 스톡홀름을 갈 것 같다.

      샹제리제 거리를 같이 걷고, 루시는 교회로 예배를 보러 가고 나는 그대로 오페라 역으로 직진해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파리에서 보는 세번째 오페라 가르니에였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여튼 많이 보게되어 좋긴 했다. 숙소에서도 새로온 한국분들이랑 즐겁게 얘기를 하다가 10시 쯤에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다음 날은 공항과 비행기에서 거진 시간을 다 보냈다. 출발 시간이 오후 1시 15분이라서 새벽같이 공항으로 안 나가도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다행스러웠다. 여유롭게 아침까지 다 챙겨먹고 공항 지하철을 타고 샤를 드골 공항으로 향했다. 파리 시내도 참 지하철이 잘 되어있어서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비행기 시간이 많이 남아서 면세점 구경을 좀 했는데 기숙사 돌아가면 친구들이 겨울방학을 보내고 다시 돌아와 있을 테니 같이 나누어 먹을려고 마카롱 세트를 샀다. 우리나라에서는 안 파는 향수도 하나 사고 싶었는데 나중에 돈 모자라면 슬프니까 그냥 귀국때까지 참기로 했다. 여기와서 물건 구매에 대한 충동을 많이 자제하게 되었는데 한국에 돌아가도 쭉 유지해야겠다. (과연???)

      정말 떼제 하나 바라보고 별 준비 없이 온 프랑스 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것들을 얻고 룬드로 돌아오게 되었다. 더불어 나의 이어폰도 수명의 끝을 보여 주고 있다. 2년 이상을 썼으니 이제 운명을 달리할 때가 되긴 하였지만 조금만 더 버텨주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파리에 비해 룬드는 쌀쌀한 입김으로 나를 맞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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