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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바뀐 점
    Diary/2022 2022. 12. 12. 22:23

    갓 입사했을 때는 회사 동료의 생일 챙기는 것이 좋았는데 이제는 점점 귀찮다. 생일을 한번 챙기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들을 다 신경 써야 해서 그런가 보다. 차라리 생일이 아니라, 크리스마스 같이 모두가 한 번에 기념할 수 있는 날에 이벤트를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이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했던 일이 굳이 안 해도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된 이후로 많은 것을 줄여나가고 있다. 특히 감정 소비와 쓸데없이 사람 챙기기. 그 시간에 나 자신, 그리고 가족과 친구를 더 챙기는 편이 남는 것이 많다.

    회사 업무와 인생에 있어서 모든 일에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정말 꼭 개입할 일, 대답할 일만 골라서 한다. 왜 유명인들이 악플보다 무플을 더 무서워할까? 자기들이 영향력을 미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무반응이면 상대가 알아서 지나간다. 업무 할 때는 상대의 시간도 아껴줄 겸 깔끔한 단답형 대화를 하는 편이 낫다.

    이십 대의 끝물에 다다르고 보니,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낸 시간이 더 아까워졌다. 환경을 완전히 바꾼 후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 중에는 예전 대학교 때 친구와 비슷한 사람들도 있고, 이십 대 초반의 나라면 정말 친해지지 않았을 사람들도 있다. 이전에는 먹지 않았던 음식을 먹어 보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어렸을 때는 버섯의 미끈한 식감을 정말 싫어했는데, 요즘에는 맛있게 구운 버섯이 고기보다 더 맛있다. 아무 생각 없이 낄낄 댈 수 있는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았는데, 이제는 좀 더 폭넓은 연령대의 사람들과 이런저런 생각을 나누는 것이 더 좋다. 스웨덴 교환학생 시절에 이런저런 관심 있는 외부 활동을 혼자 찾아서 해가면서, 나와 전혀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맛을 깨달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에는 지인의 권유가 생각나 새로운 취미 활동을 하나 시작했다. 이 취미 활동이 나에게 열어줄 다른 세상이 궁금하다. 언어 공부와 개발 공부는 놓지 않았지만 비중을 엄청나게 줄였다. 6월부터 러닝 머신을 하지 않고 일립티컬에 흠뻑 빠졌다. 역 앞에 있는 핫요가에도 종종 나간다. 땀을 흠뻑 빼는 것이 이렇게 개운한 일인 줄 몰랐다. 한참 운동을 하지 않을 때, 조금이라도 땀이 나는 게 정말 싫었는데 이제는 한여름에도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한국에 있을 때 새벽에 일본어 학원을 가기 위해 그때부터 습관을 바꿨는데, 이제 완전히 아침형 인간으로 바뀐 것 같기도 하다. 아침 여섯 시쯤이면 눈이 잘 떠진다. 덕분에 일주일에 네 번, 아침 여덟 시 반에 있는 회의에 잘 참석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딱히 큰 의미는 두지 않는다. 언제 재택근무하고 회사에 나갈지 생각하는 데 쓰는 에너지가 아까워서 그냥 매일 나간다. 평일에 열심히 달리고 주말에 풀어지는 것을 선호한다. 이런저런 옵션을 열어두는 게 좋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별로다. 하나를 우직하게 파도 아깝다.

    응석 부리고 중간에 그만두겠다고 투정 부리는 버릇을 고치려고 엄청 노력하고 있다.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과 떨어졌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나의 단점이었다. 부리고 싶어도 받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문제임을 인식하게 됐다. 가장들은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해외 생활을 버틴다 하지만, 1인 가족인 나는 나 스스로의 삶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이를 버티려고 한다. 그리고 그동안 내 응석을 받아준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다들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 언니들의 성숙함이 부러웠는데 다행히 그렇게 향하는 궤도에 오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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