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오랜만에 경험하는 불안감
    Diary/2022 2022. 10. 22. 19:55

    오키나와 여행 다녀와서 몸이 만신창이가 됐는데, 그 와중에 많은 미팅을 소화하고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 사람들에게도 적응을 하려니 지난주에는 집에 돌 와서 맨날 잠만 잤다. 처음으로 조용한 동네가 너무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이래서 부동산 업자가 처음에 집 돌아볼 때 조용한 곳에 사는 게 무조건 좋다고 했구나. 역에 가까운 집이 아니라 일반 가정집이 많은 조용한 곳에 정착하길 잘했다.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에서는 불안감을 오랜만에 느꼈다. 새로 합류한 사람이 자기 역할에 대해 자꾸 말이 바뀌는 거 같기도 하고, 합류 이유도 모호할뿐더러, 나와 역할이 겹치기도 하고, 미국 오피스 사람이기 때문에 옆에 있는 것도 아니라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생긴 불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팀 리드한테 저 사람과 역할이 겹치면 내가 빠져도 되지 않을까 넌지시 말했더니 그러지 말고 붙어있으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조용히 일단 상황을 살펴봐야겠다. 항상 이런 상황이 오면 다른 사람들이 자꾸 불안함을 토로하는 나를 신경 쓰느라 힘들지 않을까 더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그렇게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는 이런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예전 회사에서도 새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너무나도 불안감을 많이 느꼈는데, 일단 같은 팀 사람들도 아직 적응이 안 된 마당에 얼른 뭔가를 개발해야 하고, 다른 팀에서 새로운 기술 배워야 한다고 너무나 많은 사람을 보냈고, 그 팀의 다른 파트 사람들과도 협업을 해야 하는데 잘 모르는 나에게 질문이 들어오고, 그 와중에 새로 적용하는 기술 알아보겠다고 덜컥 책 번역까지 하는 바람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 그 당시에는 괜찮은 것 같은데 몇 개월 지나고 나서 몸과 마음이 약해져서 불안 증세가 심해졌다. 첫 번째 증상은 다른 사람들은 딱히 별다른 의도 없이 물어봤는데, 계속 부정적으로 그 의도를 짐작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런 증상이 있는 것 같아 그냥 무조건 집에 돌아오면 머리 쓰는 거 말고 따뜻한 욕조에 몸 담그고 멍하니 유튜브 보다가 잤다. 왜 그때 당시에 힘들다고 못하겠다고 말을 못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다행인 것은 이번에는 대화로 상황을 차근차근 풀어가려는 사람이 많고,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는 사람이 많아 내 불안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됐다. 저번에는 시야를 너무 좁게 가져서 주변 사람과 관계를 다지는 것은 상관하지 않고 당장의 프로젝트 해결에만 집착했다. 회사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목표만 보고 달려간 다음에 재밌어 보이는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면서 재미없는 일도 별다른 감정 기복 없이 하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불안정한 사람이 옆에 있으면 덩달아 불안해지기 쉽기 때문에 전자와 같은 사람과의 교류는 최소로 하려고 한다. 그 사람의 감정은 내 것이 아닌데 자꾸 흡수하게 된다. 이제는 내 옆의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어도 상관없다. 정서만 안정적이면 된다.

    그리고 가끔은 개발자 된 것을 이런 이유 때문에 후회하기도 한다. 모든 개발자 분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 단체로 '형님 너무나도 멋지십니다!'류의, 외부 사람의 공감 여부와는 상관없이 자기들끼리 요란스러운 칭찬 남발하는 분들을 보면 맨 인 블랙의 뉴럴라이저를 쓰고 싶어 진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