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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섯 번째 데모를 마치며
    Diary/2022 2022. 11. 12. 20:24

    이번 주에는 꼭 필요한 스탠드업 제외하고 미팅을 전부 불참한 뒤 캘린더를 포커스 타임으로 꽉꽉 채워 중요한 데모 준비에 열을 올렸다. 미국 오피스의 동료가 이번 데모가 team morale(팀의 사기)에 매우 중요할 것 같다고 넌지시 말해줘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 발표는 진행이 색달랐는데, 리드 개발자 혼자서 발표를 하는 대신, 디자인 - 프론트 - BFF - 백엔드 순서로 서로 여태까지 작업한 것을 프로젝트 이해관계자에게 소개했다. 그래서 각 파트 담당자가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상당히 민주적인 방식이었다. 이번 데모는 지금까지 애지중지 가꿔 온 UI 라이브러리가 얼마나 개발의 효율을 담보해주는지 시험하는 장 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발표 준비를 하지 않으면 너무나 긴장돼 무슨 말로 오디오를 채울지 감이 안 잡혔는데, 이제 하도 미팅에 많이 참석하고 다른 사람들 말을 많이 듣고 배워서 준비 없어도 적당히 때울 수 있게 됐다. 옛날에 비하면 긴장도가 이제 거의 없어진 듯하다. 역시 뭐든지 그냥 실전으로 많이 부딪히면서 배우는 게 최고다.

    이번에 협업 개발자분들이랑 일하면서 놀라웠던 점은, 같이 일하는 미국 오피스 분이 나에게 리드를 하라고 공표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들으니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일을 다 떠맡기는 것보다 훨씬 기분이 나았다. 크레디트를 확실히 주는 문화는 구성원의 사기 증진에 많은 도움이 되는 듯하다. 게임이나 영화처럼 일반 개발 산출물도 어딘가에 크레디트를 넣어두면 재밌을 것 같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희열을 느끼는 때가 있는데, 바로 모든 사람들의 요구 사항이 반영된 페이지를 만들 때다. 서로의 생각을 치열한 토론으로 빚어낸 다음에 만든 결과를 다른 사람이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프론트엔드 개발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한다. 디자이너의 시안이 PM의 요구사항과 백엔드 사정에 맞춰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다른 재미다. 말보다 작업물로 내 결과를 보여주는 것을 선호하는 나의 성향에 잘 맞는 직업인 것 같다. 예전에는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직군 분들에 비해 뭔가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다 그 당시에 내가 뭘  잘 몰라서 한 소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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