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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혼이 있어야 기억에 남는다
    Diary/2021 2021. 5. 25. 09:47

    고등학교 때까지 너무 무식하게 공부해서 (교과서를 그냥 전부 3번 이상 읽고 외움) 대학교 때까지 그러고 있으려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스웨덴 교환학생에 가서 다른 나라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볼 기회가 있었다. 맨날 학원에 의존해서 공부하는 학생들만 보다가 알아서 재밌게 공부하는 애들을 보니까 무엇이 다른 걸까? 하고 많이 생각을 하고 관찰했다. 물어보고 관찰해 본 결과, 지식을 쌓을 때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핵심 단어를 가지고 자기의 이야기를 잘 만들어낸다는 것이었다. 교과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소화를 해야 한다. 노트 필기니 암기법이니 하는 것은 자신의 언어로 지식을 소화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이것을 깨달은 순간 왜 그렇게 무식하게 공부를 했는지 지난날들이 후회가 되었다. 물론 이해가 안 가면 그냥 받아들이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그러면 억지로 머릿속에 집어넣은 것이라 휘발성이 세다.

    개발 관련해서 자료를 많이 찾아보면서 느낀 점은, 영미권의 수업 자료나 글들은 이야기를 참으로 정성스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HTML, CSS 예제 쉽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어서 대충 만들 수도 있는데, 그 안에 들어가는 텍스트에 설정을 부여해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실감을 부여한다. 그 예제가 재미있을수록 기억에 강력하게 남는다. 예를 들어 CSS 그리드에 대해 배우는데, 예제가 파이 가게 웹사이트여서 파이 소개 페이지를 CSS 그리드로 만들어야 하는 설정을 수업에서 주었다고 하자. 그러면 나중에 CSS 속성이 기억 안 나더라도, "아, 그 파이 가게 웹사이트?" 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들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잘 기억은 안 나더라도 친숙함을 가지게 되면 호기심이 생기고 더 알고 싶으니까 동기 부여가 완벽하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영혼 있는 예제가 매번 끝까지 나오는 것은 아니고, 발표나 수업 같은 곳에서는 나중에는 영혼이 없어지기도 한다. 발표나 수업의 자료는 책 보다 일관성이 떨어지기 쉬운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 임팩트 있는 예제를 준다면 그때 끌어올린 집중력으로 끝까지 가는 것 같다.

    나는 가끔 여가 시간에 정 할 것이 없으면 외국 콘퍼런스 유튜브 영상을 보고 그것을 글로 옮기는 작업을 해본다. 영어 공부도 엄청나게 될뿐더러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학습할 때 어떻게 개념을 정의하고 받아들이는지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잘났다, 엣 헴"류의 발표가 아니라 "내가 이거 배우는 데 너무 힘들거나 헷갈렸는데 드디어 쉽게 이해하게 되어서 설명해줄게! 기분이 좋다. 진짜 내가 오늘 너네 이해시키고야 맘." 혹은 "내가 이런 이런 거 만든 사람인데, 이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었어. 앞으로는 이런 점을 개선해 볼까 해." 혹은 "나 정말 멋진 프로젝트 만든 거 같아! 한번 봐볼래? 어랏 버그가 났네. 고칠게 ㅎㅎ 관심 있으면 깃헙 들어와서 나랑 같이 개발하자" 이런 류의 발표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고 또 보면 내용도 충실하다. 생각할 거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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