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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 일본어 슬랙 채널
    Diary/2021 2021. 5. 20. 10:11

    1. 회사 슬랙에 외국인들을 위한 일본어 학습 채널이 있다. 선생님들이 재밌는 일본어 콘텐츠를 오전 9시~10시 사이에 올려주기 때문에 요즘에 맨날 들려서 같이 대화하고 있다. 오전 시간에는 슬랙을 항상 주시하고 계시는지, 스레드에 댓글을 달면 답 댓글이 3분 이내로 달린다 🤭 언어 불문 모든 회화 선생님들은 의사소통이 항상 빠릿빠릿한 것 같다. 절대 대화가 길어지거나 조금 이상한 말을 한다고 해서 피곤한 기색 없이 열과 성을 다해 들어주려고 하고 대답해 준다. 대단하신 분들! 어렸을 때 영어 학원을 다니면서도 느꼈다. 나는 어렸을 때 수줍음이 많아서 밖에서 말을 잘 안 하고 다녔는데, 영어 학원 선생님들이랑은 어울리기가 참 편했다. 먼저 살펴봐 주시고 상대의 기분을 물어봐 주시기 때문에 나도 마음을 열기가 편했다.

    2. 확실히, 일본어 - 한국어가 영어 - 한국어보다는 공통점이 많아서 3년 정도 쉬엄쉬엄 했는데도 영어 말하기를 배울 때보다 훨씬 부담이 덜하다. 영어 & 일본어 회화 수업을 꾸준히 들으면서 남의 이야기를 듣고 반응해 주는 연습을 몇 년 꾸준히 하니까 한국어로 커뮤니케이션할 때도 부드러워졌음을 느낀다. 처음에는 내가 별로 관심 없는 주제에 대해 상대가 말을 하면 어떻게 답을 할지 몰라 버벅거렸는데, 이제는 어떤 식으로 질문을 해야 대화가 이어지는지 감이 잡힌다. 회화는 시간 엄수하면서 핑퐁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말로 하는 시간제한 스포츠 같다. 바둑이나 체스 같기도 하다. 상대와 내가 재밌어지는 대화를 하려면 내가 말을 할 때 시간을 얼마나 썼는지도 신경 써야 한다. 그래야 상대도 자기 의견을 펼칠 시간이 있는데, 이 당연한 배려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에 너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대화를 피하는 것 아닐까? 나는 내가 발언 시간이 조금이라도 기준보다 길어지면 얼른 턴을 넘기고 싶어 진다. 예전에는 말하기를 포기하고 듣기만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영어를 하면서 늘어난 뻔뻔함(?)과 들이댐을 사용해서 한국어에서도 발언의 지분을 야금야금 늘려나가는 중이다. 권위주의적인 사회 분위기가 강할수록, 발언이 공평하게 나뉘지 않고 사회 계급이 높은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보통의 한국 사람들은 영어 말하기를 할 때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뻔뻔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 (높은 분들은 영어로 혼쭐이 날 필요가 있다. 물론 농담이다. 😊)

    3. 문화적으로 자랑할 거리가 많아야 타국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니까, 언어 학습에 있어서 콘텐츠의 중요성을 슬랙 채널을 보며 느낀다. 나는 일본어가 주는 옛날 느낌이 좋다. 한국은, 특히 서울은 옛것을 가만 두지 못하는 성향이 강해서 보고 있으면 정신이 혼미하다. 내가 살던 서울의 동네도 옛날 건물들은 다 허물어지고, 영혼 없는 아파트와 새 빌딩만 들어서는 중이다. 좀 가만히 놔두고 그것을 발전시킬 생각은 안 하고 항상 지속성 없이 만들고 부수고 만들고 부수고를 반복하니 내적인 성장이 이루어질 여유가 없는 것 같다. 물론 현대 금융 시스템과는 잘 맞는 것 같지만, 그것이 인간의 정신 템포와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니 파충류 뇌니 뭐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닐까?

    4. 일본어 선생님이 이런저런 옛날 연예인들의 젊었을 적 사진을 올리고 누구인지 맞춰보라는 퀴즈를 낸 적이 있다. ('라쇼몽'의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라던지) 지브리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의 늑대 여신 모로의 목소리를 연기한 '미와 아키히로'가 외모로 가장 눈길을 끌었다. 드랙퀸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원령공주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모로의 목소리는 엄청나게 낮고 걸걸하다. 그런데 자식들이 '엄마'라고 해서 어렸을 때 저 늑대의 성 정체성은 무엇인가 하고 잠깐 고민했었는데, 연기한 사람이 남자였구나!

    미와 아키히로의 젊었을 적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B%AF%B8%EC%99%80_%EC%95%84%ED%82%A4%ED%9E%88%EB%A1%9C)

    내가 혹시 '쿠사나기 쯔요시(초난강)' 상이 아니냐고 했더니 선생님이 빵 터지셨다. "다, 닮았다!(に、似てる!笑)" 말도 안되는 소리해서 회화 선생님들 웃길 때가 은근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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