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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인 1인분
    Diary/2022 2022. 12. 18. 17:12

    요즘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엄마에게 학교에서 이런저런 일 때문에 이 아이랑 같이 놀기 싫었다고 하면 항상 "그 애도 그러면 너 싫어해"라는 답만 들었다. 자세한 이야기에 대해 궁금해하시지 않고 항상 그런 답만 들으니, 나도 그냥 내 느낌과 감정을 자꾸 묻어두었다. 한 번도 나의 감정이 인정받은 기억이 없다. 아빠는 다행히 내 감정을 잘 인정해주셨다.

    그렇지만 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식의 부정이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져서 내 생각에 영향을 더 크게 미친 것 같다. 자꾸만 뭔가에 대해 싫은 감정을 눌러두었다가 나중에 이상하게 폭발하는 것이 습관이 된 것 같다. 그냥 싫어도 괜찮다고 하고 넘어간 것이 지금껏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씩 싫은 것을 표현하고 줄여나가고 있다.

    특히 친구라는 관계 하에 나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예전에는 질질 끌고 이어갔다면, 이제는 미련 없이 서서히 잘라내고 있다. 왜, 집에 돌아오면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자기 듣고 싶어 하는 주제만 이야기하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연락이 올 때만 그냥 받아주고 굳이 먼저 연락은 하지 않는다. 종종 받아가기만 하려는 모습이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도와주고 선을 긋는다. 먼저 물어보지는 않는다. 반면에 내가 오히려 힘을 얻는 사람들도 있다. 취향이 좋아서 따라 하고 싶은 친구들도 있다. 잔소리 같지만 가만 들어보면 나를 더 빛나도록 하는 조언을 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후자를 만나는 데 내 인생을 온전히 쏟아도 모자랄 판에 왜 전자에게 지금껏 시간을 쏟았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비록 나의 부정적인 감정은 수용을 거절했을지언정, 나의 인간관계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해 준 것이 몇몇 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쓸데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음? 나 정도면 별로 안 만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해외로 나와서 자연스럽게 정리된 사람들이 꽤 되는 것을 보니 엄마의 시선이 정확했다. 그렇지만 엄마, 그렇게 많이 만난 탓에 이제는 보는 눈이 생긴 것 같아요. 이제 이성을 보는 눈만 키우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는 것도 너무나 힘들어서 올해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쉬려고 한다.

    그 와중에 신기한 것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친해진 사람들과의 관계가 오히려 먼 타국에서 이어지고,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만난 친구들과는 관계가 거의 다 정리됐다는 점이다. 이 점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과의 관계에서 얻은 직감을 여기서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읭? 스러운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딱히 별말 안 하고 서서히 연락을 줄여나가고, 반대로 서로 주고받기가 잘 되는 관계에는 정성을 들인다. 이런 식으로 살면 되는 거구나. 이제야 온전히 1인분을 하는 사회인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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