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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이 주룩주룩
    Diary/2013: Sweden Lund 2014. 1. 30. 21:06

      며칠째 눈이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펑펑!! 내리는 건 아니고 흩날리는 식으로 내린다. 여기는 비도 팍팍 안오고 굉장히 얇게 내리는데 눈도 같은 하늘에서 내리는 자식 아니랄까봐 비슷하게 내린다. 어제는 옆방 사는 프리다랑 집 근처 네이션 펍에 가서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럭셔리 버거를 먹었다. 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펍이기 때문에 스웨덴에서 하는 외식 치고는 상당히 싼 가격에 (55크로나)에 버거 세트를 즐길 수 있다. 처음엔 얼마나 럭셔리 하는지 보자 하고 속는셈 치고 시켰는데 정말 장난 아니게 럭셔리해서 햄버거를 손에 들고 먹는게 아니라 다 해체시킨 다음에 따로따로 즐겨야 한다. 포크와 나이프로 먹는 진지한 햄버거다.

      원래 다른 사람들도 같이 오기로 했는데 늦게 오는 친구를 기다리느라 늦어졌기 때문에 이 친구들은 들어오지 못했다. 정원이 100명 한정이기 때문에. 앞에서 입장 체크하는 친구들은 이걸 다 세고 있었을까?

      어제 펍에 가니 그 많던 교환학생들은 다 보이지 않고 나 혼자만 교환학생인 것 같았다. 헤어진 친구들이 갑자기 생각났다. 이 친구들이 없었으면 교환학생 생활 상당히 무료했을 것 같다. 물론 지금 코리도어 친구들도 정말 좋지만 이 친구들과 친해지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같은 공간에 살지만 별로 얼굴 볼 일도 없었기 때문에. 이제 한 학기의 시간이 흘러서 서서히 서로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면 친해지는 데에는 물리적 거리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 것 같다. 그 먼 공대 근처에서 놀러오곤 했던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물론 나도 많이 그 쪽으로 놀러갔고.


      펍에서 돌아오니 못들어온 친구들은 저녁을 먹고 케이크를 만들고 있었다. 다행히 너무나도 배불러서 케이크는 먹지 못했다. 같이 껴서 수다 떨다가 전에 중간까지 보다가 끝낸 North And South라는 BBC에서 만든 드라마를 같이 보았다. 처음에는 영화나 드라마를 여기 친구들이랑 같이 볼 때 한글 자막이 없어서 불편한 것 같다고 느꼈었다. 그런데 그냥 아예 아무 생각안하고 (어차피 영상이 있으니 이야기의 전개를 이해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음) 보다보면 다 이해가 간다. 

      언어 공부는 그냥 여러 생각하지 않고 몸으로 부딪히면서 익히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우리도 어렸을 때 말도 안되는 문장 많이 말하면서 한국어를 배웠듯이 다른 언어도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쉽게 다가오지 않을까? 어순이 뒤숙박죽 되고 do랑 does를 헷갈려도 그냥 일단 무작정 말하고 보는 거다. 입에 붙을 때까지. 하지만 우리가 한국어로 대화할 때 문법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듯이 얘네도 (상당히 어긋난 문법적 오류를 제외하고는) 딱히 지적은 하지 않으니 너무 부담감 가질 필요도 없다.

      처음 교환학생을 왔을 때가 갑자기 생각난다. 영어가 입에 별로 붙지 않는 상태에서 와서 너무나도 말하는게 서툴고 어려웠다. 하지만 얘네랑도 얘기하고 싶어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아직 정말 유창하고 완벽하게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감은 많이 붙었다. 영어를 사용해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좋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영어라는 매개체로 서로 말이 통한다는 사실이 너무 흥분되지 않나? 물론 원어민과의 대화도 재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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