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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간의 프랑스 여행
    Diary/2013: Sweden Lund 2014. 1. 22. 21:55

    1. 1월 10일: 출발


     1월 10일부터 20일까지 열흘간 프랑스 여행을 떠났었다. 그동안 항상 누군가와 여행을 같이 가다가 처음으로 혼자 떠나보는거라서 정말 말 그대로 설렘 반 긴장 반. 오후 비행기로 코펜하겐 공항에서 떠났는데 터미널이 정말 멀리 위치해 있어서 걷고 또 걸었다. 한국 갈 때는 그래도 SAS 이용하기 때문에 1터미널에서 탄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이상하고도 신박한 경험을 왕복 비행기를 타면서 '두 번' 다 겪었다. 보딩 시간을 기다리면서 항상 주위 사람들 구경 했는데 그 때마다 눈에 띄는 남자가 내 옆자리에 앉은 것이다. 이상하게 다른 사람은 별로 눈에 안 띄는데 내 옆에 앉을 그 사람들만 자꾸 눈이가서 힐끗 보딩 패스를 바라보면 아니나 다를까 내 옆자리였다. 왜 이런거지? 정말 신기히다.

     


      자리가 바로 창가 옆이라서 아름답게 불타는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오후 5시 정도에 도착했다. 공항 버스를 타고 오페라 역으로 곧장 향했는데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의 웅장한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 극장을 파리에 머무르는 동안 저녁마다 매번 봤다. 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자연스럽게 합류해서 몇 장 찍고 지하철을 타고 예약해두었던 한인민박으로 향했다.

      계획을 세우면서 호스텔에 머물까 카우치서핑을 해서 돈을 아낄까하면서 파리 숙박 문제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찾아보니 호스텔 가격이나 한인민박이나 파리에서는 별로 가격 차이가 안 날 뿐더러 카우치 서핑은 혼자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선택같아서 그냥 민박예약 사이트에서 가장 리뷰가 괜찮아 보이는 곳으로 예약을 했다.

      7호선 Le kremlin bicetre역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전화를 하니까 민박 아저씨께서 나오셔서 맞아 주셨다. 베를린 이후로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서 반가웠다. 약간 소변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는데 하도 지하철에 익숙한 몸이라서 별 문제 없었다. 소매치기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었던 터라 핸드폰과 캐리어를 간수하느라 신경을 많이 썼다. 숙소는 원래 2~3호선 Pere Lachaise 역에 위치해 있었던 민박이였는데 최근에 이사를 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위치를 옮겨서 예약을 취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민박 이모 말대로 7호선타고 더 빨리, 한 번에 파리 시내 관광 중심지로 갈 수 있는 곳인데 왜 성급하게 취소를 했을까... 이모가 많이 안타까워하셨다.

      정말 오랜만에 한식으로 배부르게 저녁을 먹었다. 알고보니 이모가 중국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으셔서 요리 솜씨가 장난이 아니였다. 민박에서 머무르는 사람들 틈에 껴서 저녁을 먹고 주변 쇼핑몰에 가서 아이 쇼핑 겸 디저트 쇼핑을 했다. 파리 슈퍼마켓은 구경할 맛이 난다. 맛있는 디저트가 잔뜩! @.@ 레몬 타르트랑 이름이 기억안나는 딸기가 들어가 있는 머시기를 골랐다.

      돌아와서 씻고 이모랑 얘기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또 새로 들어와서 봤더니 고등학교 단짝 친구의 친구여서 안면만 알고 지낸 친구들이였다. 나도 처음에는 긴가민가 해서 몇 초 자세히 바라봤다. 예상치 못한 만남이여서 반갑기도 하고 신기했다. 혼자 돌아다니니까 이렇게 신기한 경험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친구들은 겨울방학을 이용해서 유럽 여행을 왔다고 했다. 간단하게 얘기 좀 하고 내일 아침에 보자고 한 다음에 잠이 들었다. 스웨덴 기숙사에서는 새벽 3시에 항상 잠들어서 수면 패턴 때문에 걱정을 좀 했는데 참 그게 무색해지는 순간이였다. 여행을 나오니 어느새 다시 바른생활 모드로 자연스레 돌아갔다.

      이렇게 하루는 벌써 끝났다.




    2. 1월 11일: 뭐에 홀린듯 미친듯이 돌아다닌 하루


      

      이 날은 아침부터 정말 정신없게 돌아다녔다. 잠들기 전에 민박집에 있던 가이드북을 보면서 지도를 조금 외워뒀던게 참고가 많이 되었다. 그리고 제일 큰 나의 조력자는 역시 '구글맵 GPS'! 이게 없었더라면 진짜 막막했을 것 같다. 미리 와이파이나 3G 데이터가 되는 곳에서 내가 갈 여행지의 지도를 한 번 검색만 해 놓으면 저장이 되기 때문에 여행을 와서 길찾는데에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 번도 쓴 적이 없는 기능인데 스웨덴에 교환학생을 온 순간부터 매일 열심히 쓰고 있다.

      파리에는 볼 게 정말 많아서 어딜 갈까 계속 고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동선이 짜여졌다. 먼저 퐁피두 센터에 가기로 했는데 한 가지 실수를 했다. 퐁피두 센터 개관 시간을 체크를 안 한 것이다. 11시부터 연다는데 도착하니 10시를 조금 넘어선 시간이였다.

      




      뭐 어쩌겠나. 다 내 탓인데 뭐! 좌절하지 않고 바로 플랜B로 바꿔탄다. 파리 시내를 씩씩하게 걸어다니면서 시내 구경도 실컷 하고 노트르담 성당과 생 샤펠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보러가기로 했다.



      이른 아침에다가 플러스로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아침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걸어다니기 참 좋았다. 생 샤펠성당과 노트르담 성당은 스웨덴 거주 허가증이 있어서 입장료가 무료였다. 이 거주 허가증 덕분에 입장료를 엄청나게 많이 아꼈다. 다른 도시에서는 별로 혜택을 보지 못했는데 파리만큼 이 무적 패스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곳이 없다. 암행어사 마패 마냥 창구 직원에게 이것보소 하고 턱턱 들이대면 알아서 꽁짜 티켓을 주거나 입장료를 대폭 깎아준다.

     


      생 샤펠 성당은 르 콩시에르 주리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대문이 참 마음에 들었다. 짙은 파란색과 검은색, 그리고 황금색의 조화가 참으로 마음에 드는 색깔 배합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프랑스 사람들은 뭘 좀 안다. (ㅋㅋㅋㅋㅋ뭔 소리래) 성당의 왼쪽 부분의 보수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중앙과 오른쪽 부분의 스테인드 글라스, 그리고 뒤쪽의 장미창만을 보고 나왔다. 참으로 영롱하고 보석같은 스테인드 글라스. 




      생 샤펠 성당을 나와서 노트르담 성당으로 향하려는데 어떤 한국인 관광객 여자분 두 분이 나에게 노트르담 가는 길을 물으셔서 가는 길이니 같이 가자고 했다. 파리에는 정말 아시안 관광객들이 많았다. 한국어가 여기저기 많이 들리니 반갑기도 하고 신기했다. 가족끼리 관광 온 사람들, 친구들끼리 관광 온 사람들, 연인들끼리 관광 온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혼자 다니는 사람들도 분명 있긴 했을거다. 

      다행인 것은 나는 관광지를 배경삼아 내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즐기지 않기 때문에 사진 찍을 일을 부탁 할 일이 없었던 것! 왠지 모르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게 그다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동행과 같이 사진 찍는다면 모를까.





      미사가 저녁에 있는 걸 확인하고 가볼까하는 마음도 아주 잠시 들었지만 갈 길이 멀었기에 금방 접었다.   



      노트르담 성당 앞의 비둘기들은 참으로 토실토실했다. 



      성당 구경을 끝내고 대망의 오르세 미술관으로 향했다. 루브르와 오르세, 두 곳을 두고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따져보니 나는 근대 회화에 더 관심이 있는 편이라서 주저없이 오르세를 택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회없는 선택이였다.

      서울에 있을 때 아빠랑 예~전에 오르세 미술관 전시회를 열어서 구경간게 생각난다. 무적 패스 거주 허가증으로 미술관 게이트를 당당하게 뚫고 들어갔다. 규모가 상당해서 어디서 부터 둘러볼지 고민하다가 그냥 무작정 한 전시실로 향했다. 여기서도 또 신기한 경험을 했다. 들어가자마자 본 것이 프루스트의 초상화였다! 좋았던 기분이 더 상승했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돌아보고 미술관의 묘미인 기념품샵에 들려서 또다시 고민의 순간을 겪었다. 엽서들도 이쁘고 책갈피도 이쁘고.... 하지만 다년간의 기념품샵 구매 (다 아빠가 사줬지만) 경험을 비춰본 결과, 미술관 가이드북이나 전시 도록이 가장 오래 남는다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엽서도 좋고 책갈피도 좋은데 이것들의 단점은 어느샌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내 마음을 슬프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떠나간 님을 그리워하느니 그냥 책으로 사서 끌어안고 있으련다. 그래서 오르세 미술관 가이드북 (두꺼운 거와 얇은 거를 두고 또 고민을 했는데 무게와 가격 때문에 얇은 책을 택했다)과 모네의 그림이 담긴 엽서를 한 장 샀다.

      이런 기념품샵에서의 108번뇌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왔으면 겪기 힘든 과정이다. 혼자 있었기에 시간을 이런데다가 맘대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오르세 미술관 관람을 끝내고 근처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크레페를 사먹었다. 베를린에서 사먹었던 크레페와는 비교가 안되는 쫀득함과 향긋한 냄새였다. 에스프레소로 입가심하고 서둘러 또 길을 걸었다. 오랑주리 미술관을 원래 다음 코스로 가려고 했다. 상당히 긴 입장 줄에 참여해서 기다리면서 또 고민을 시작했다. 또 다시 미술관을 관람할 것인가, 아니면 파리 시내를 더 둘러보고 어제 외관만 봤던 오페라 가르니에에 갈 것인가? 오랑주리 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 작품을 포함해서 좋은 작품들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이미 다 예전에 서울의 미술 전시회들에서 한 번 본 작품들이기도 해서 후자의 선택지를 뽑았다. 결과는 또 만족!

      거리 사진을 조금 찍다가 오페라 가르니에까지 또 걸어서 갔다. 가다가 유명한 마카롱 가게인 라뒤레에 들려서 마카롱을 하나 사 먹어볼까 하고도 생각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갈 길 갔다. 그냥 에펠탑을 이정표 삼아서 파리를 걸어다니면서 그 분위기를 느끼는 자체가 좋았다.

      

      오페라 가르니에에 가니 여기는 아쉽게도 무적 패스가 완전히 통하지는 않았고 할인으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여서 불만없이 만족했다. 그런데 티켓 파는 창구에서 현금만 받아서 돈 뽑으러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줄을 서야 했다. 다행히도 바로 앞에 은행이 있었다! 다시 입장해서 줄 서는 것도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고 금방 티켓을 살 수 있었다.

      오페라 가르니에 내부가 스테판 외에의 '만화로 보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상당히 세심하게 그려져 있다. 직접 본 내부는 그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망막과 시신경을 거쳐서 직접 받아들인 시각적 정보는 만화의 삽화가 마치 현실로 튀어나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극장 내부에 있는 샤갈의 그림, "꿈의 꽃다발". 화려한 샹들리에와 어우려져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화려했던 내부를 실컷 구경하고, 밖으로 나오니 해가 또 이쁘게 지고 있었다. 운이 좋았던게 파리에 있었던 날들 내내 날씨가 참 좋았던 것.



      프랑스의 파리바게트격인 '폴'에 들려서 바게트 샌드위치를 사서 공원에서 사람들 지나가는 걸 보며 맛있게 먹고 마지막 코스인 음악회를 즐기러 갔다. 미리 프린트한 지도를 참고해 가며 찾아갔는데 오래되고 정말 아담한 성당이였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들을 연주했는데 예쁜 일본인 언니가 연주 했다. 처음에는 약간 긴장한 것 같았는데 곧 괜찮아 졌다. 풍부한 첼로 소리가 성당을 꽉 채웠다. 여느 음악회가 다 그렇듯이 시간이 금방 갔다. 



      밖으로 나와서 또 다시 오페라 가르니에 역까지 걸어가면서 시내를 구경했다. 정말 숙소 오갈 때 빼고는 걷고 걷고 또 걸었다. 후회없을 만큼 많이 걸어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평소에 룬드에서 LTH까지 맨날 걸어다녀서 이 정도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날은 갸흐 드 리옹으로 가서 마콩로쉐행 떼제베를 타야 했기 때문에 일찍 잠에 들었다. 8시쯤 들어가서 저녁식사 시간이 끝난 줄 알았는데 이모가 어서 씻고 밥 먹으러 오라해서 기쁜 마음에 얼른 씻었다. 과장 안보태고 엄마가 한 것보다 약간 더 맛있는 닭도리탕과 감자채를 파리 민박집에서 맛보는 영광을 겪었다. 어쩜 이런 맛이..... 그날 하루는 감동의 연속이였다.


      민박집을 운영하시던 분은 조선족 부부이셨는데 서울에서 서빙 알바할 때 조선족 분들을 많이 만난 덕분에 다가가서 얘기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이틀 내내 이모랑 즐겁게 수다를 많이 떨었다. 과일도 이것저것 챙겨 주셔서 감사했다. 원래 떼제에서 돌아오고 하루 더 묵을 때는 다른 곳에서 묵을 예정이였는데 그냥 같은 곳에 또 오는게 낫겠다 싶어서 예약을 변경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참 좋은 선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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