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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햇살 짱짱했던 날Diary/2013: Sweden Lund 2013. 11. 14. 08:31
짧지만 햇살이 참 짱짱했던 날이었다. 서울에 있을 때는 날씨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던 나였지만 여기 오니 얘기가 달라졌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 내리고 추워서 우울의 극치를 달렸는데 (하지만 맛있는 저녁으로 극뽁! 하하하핳 ^.^ ) 말이다. 하지만 햇살의 축복도 잠시였고 오전 수업(일주일에 한 번 아침 수업있는데 겁나게 피곤하다. 역시 난 아침보다는 그 이후의 시간들이 좋다.)때문에 누적된 피로를 달래주려고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해가 벌써 지고 깜깜했다. 4시 반이였나 그랬는데. 근데 또 웃긴게 기숙사 방의 따뜻한 노란색 조명들이 방을 아늑하게 비춰주어서 이 어둠이 반갑기도 하다. 서울에 있을 때는 방 조명이 다 아주 환하게 하얀색으로 쨍쨍한 형광등이였는데 북유럽 기숙사의 이 노르스름한 조명들이 더 좋아졌다. 노르스름한게 아주 아늑하고 좋다. 아무튼 요즘 스웨덴 날씨에 대한 나의 생각과 기분은 하루하루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음... 대체 어쩌란건지 나도 모르겠다. 허허ㅎ허허허
저녁 7시에 기숙사 거실에서 fika를 가지면서 간단한 토론 자리가 있었다. 우리 코리도어에 사는 석사 공부하는 독일에서 온 엘레나랑 클래스메이트들이 발표 준비를 위한 토론 이였는데 엘레나가 우리 코리도어 사는 사람들한테도 같이 참여하자고 제안해서 (+ fika) 선뜻 응했다. 그래서 매주 수요일 밤에 참석하던 Language Cafe는 오늘 빼먹고 여기에 참석했는데 좋은 선택이였다. 나 빼고 다 석사 공부하는 학생들이였다. 토론 주제는 '소셜 미디어가 정말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되나?'. 별로 생각할게 없는 주제였기에 다들 즐겁게 얘기했는데 페이스북으로 대화가 편향되어서 진행되긴 했다. 하긴 요즘 다들 페이스북 계정 하나 씩은 가지고 있으니. 이런 토론 자리에서는 내 얘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청자의 입장이 더 좋다. 음악에 있어서도 친구들과의 얘기에 있어서도 청자의 입장을 나는 좋아한다. 다양한 얘기가 나왔는데 결론은 거의 한 가지: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소셜 미디어의 역할 비중이 달라진다. 동의한다. 정말 인간적으로 통하고 깊이 있게 사귄 사람과의 관계는 페이스북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당장 생각해도 내가 정말 좋아하고 또 오래 사귄 친구들은 페이스북 좋아요나 댓글은 별로 달지 않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많이 취하고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 우정을 유지한다. 나는 내가 호감을 가진 상대가 아닌 이상 가볍게 스치는 인연 같은 사람의 페이스북 친구 신청은 받기가 꺼려진다. 받아놓고 먼 친구 설정을 하던가 차단을 하면 되지 않느냐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냥 받기 조차 귀찮.... 하하하하. 친구 숫자가 늘어가는 게 은근 부담된다.
토론은 8시에 끝났지만 피카는 10시 반까지 이어졌다. 엘레나가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고 클레오가 시금치 파이를 만들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으헝. 시금치랑 페타 치즈가 이렇게 잘 어울릴 지는 누가 알았나! 클레오가 과목 중 하나가 성적이 너무 예상 외로 낮게 나오는 바람에 기분이 지하 밑까지 떨어진 상태라 나랑 다른 친구들이 위로해 줬다. 성적이 그렇게 낮게 나온 이유를 알아내서 클레오 마음이 편해지기를 빈다.
이 코리도어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3개월 정도 되어 가는데 이제 슬슬 서로 알고 친해질려고 시작하는 것 같다. 내일은 Movie Night를 가질 것 같은데 나는 Lin이랑 베를린 가기로 해서 아쉽게도 참석 못 할 것 같다. 클레오 방에는 빔 프로젝터랑 스크린이 있어서 영화를 정말 겁나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전에는 The First Wives Club을 모여서 봤는데 같이 보니 더 재밌었다. 기숙사 방에 빔 프로젝터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만날 확률이 얼마나 낮은데 나는 여기 스웨덴에 와서 만났다. 참 행운이다. 핳하핳핳!
내일은 오후에 그래픽스 그룹 과제를 하고 저녁 늦게 베를린으로 가는 버스를 코펜하겐에서 탄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준비할 거 다 챙기고 가야지! 베를린 필하모닉홀 기다려랑 하하핳 내가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