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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2021 2021. 4. 27. 22:36

    오랜만에 들어와서 2013년 교환학생 다이어리를 다시 보았다. 와, 올해가 2021년이니 벌써 8년 전의 일이네. 글을 읽으니 그 때의 기억들이 머릿 속에 재생된다. 어느덧 직장 생활 6년차가 되었다. 대학교 졸업 전에 2015년 11월, 덜컥 NTS의 UI 개발자 포지션에 붙어서 개발자로 일하게 된 지 6년이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네이버의 많은 서비스 UI 개발을 해 보았고, 블로그에 글도 많이 썼고, 연이 닿아서 네이버 GLACE CIC에서도 즐겁게 2년 11개월간 일을 했다. 스마트플레이스가 무슨 서비스인지도 모르고 용감하게 UI 개편을 시작했는데, 그 생각 없음에 비해서 너무나 많은 것을 얻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졸업 후에 개발자로 일을 해도 되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교환학생 때 캄캄한 스웨덴의 겨울밤 기숙사 방에 처박혀 이런저런 진로 고민을 혼자 한 덕분이다. 마침 과도 컴퓨터와 관련이 있었고, 영어도 그렇게 싫지 않으니 잘만 하면 글로벌하게 지낼 수 있겠구나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국에 돌아가서 커리어를 쌓고 난 후에 언젠가는 외국에 다시 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그 때 처음 했었다. 나와보니 너무나 다양한 길이 눈앞에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스웨덴에 간 이유는 미국 같은 나라와는 달리 학비가 들지 않아서라는 단순한 금전적인 이유가 컸다. 그 외에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말괄량이 삐삐 뿐이었다. 이처럼 무심하고 무식했던 나에게 스웨덴은 많은 것을 알려준 소중한 나라가 되었다. 회사 입사처럼 스웨덴으로 가는 길도 역시 많은 고민 끝에 열린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와서 걷게 된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20대의 중요한 길목, 대학 진학과 교환학생, 휴학 선택, 그리고 취직의 순간마다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심지어 고등학교 때 이과에 간 것도 수학과 과학은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이런 자세는 예체능을 오래 하다 보니 얻게 된 자세 같다. 피아노로 한 곡을 틀리지 않고 연주하는 것, 검도 승단 심사를 통과하는 것. 모두 너무 많은 생각을 버리고 흐름에 몸을 맡겨야 실수 없이 완성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 것을 하면서 나의 몸이 저절로 끌리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찾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러면 나의 스타일을 찾아갈 수 있다.

     

    정말 좋아서 못 사는 것을 찾아 헤매는 것은 내 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몸에 무리가 없어야 한다. 너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장거리 달리기의 페이스로 인생의 긴 부분을 같이 달릴 수 있는 것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러면서 경제권을 놓지 않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다. 어학 공부와 개발 공부도 그런 면에서 아주 잘 맞는다. 나는 이 두 분야가 너무 좋지는 않다. 그렇지만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며 오랜 기간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했을 뿐이다.

     

    4월 부터는 정든 네이버를 떠나 Woven Planet Holdings라는 TOYOTA의 SW 자회사에서 Frontend UI Engineer 포지션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영어로 일을 해보고 싶었고, 앞에서 했던 선택들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고통을 주는 선택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나에게 맞는 선택이라 생각한다. 아직 코로나 때문에 도쿄로 가는 길목은 막혀 있지만 다행히 일본과 시차가 0이기 때문에 집에서 무리없이 일을 하고 있다. 굳이 분당 역세권 오피스텔에 있을 필요도 없어서 얼마 전에 방도 있고 거실과 베란다도 있는, 좀 더 사람 사는 집 다운 주거지로 이사도 했다. 오히려 급하게 일본에 가지 않아도 되니 중간 중간에 보고 싶은 사람들도 연락해서 만나고 있다. 어찌 보면 잘 된거 같기도 하다. 올해 말에는 NYU의 컴퓨터 공학 석사 Bridge Program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이미 지원은 마쳤고, 합격 통지도 받았지만 상반기에는 이 곳의 일에 적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시작을 연기했다. 아직 컴퓨터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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