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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가 아팠던 날
    Diary/2022 2022. 5. 17. 22:12

    인터넷을 연결하는 게 일본에서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모든 과정을 해결하는 데 자꾸 전화를 해야 하고, 알지도 못한 상황들이 튀어 나고, 기다리고 하느라 일주일을 보내버렸다. 오늘 아침에는 정말 짜증이 나서 그냥 다시 한국에 가고 싶어졌다. 다른 직업이면 모르겠는데, 인터넷이 정말 중요한 직업을 해서 그런가 더 짜증이 났다. 사람 보내서 하루 만에 하면 되는 일을 도대체 몇 번 왔다 갔다 한 것일까? 주변 사람들한테도 물어보니, 인터넷이 일본에서 제일 해결하기 귀찮은 일이라고 했다. 지금 2022년인데요...

    회선 사업자랑 공급자가 따로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그런데 내가 계약한 아파트는 회선 공사가 이미 다 돼있어서 망정이지, 공사도 안됐으면 거기서도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고 한다. 공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 감사해야 하나? 그런데 내가 월세에 내는 돈을 생각하면, 이 정도 서비스는 관리 업체에서 알아서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모뎀을 집으로 보내줘서 직접 설치해야 했다. 설명서가 뭐가 그리 많은지... 그리고 설치 장소도 너무 희한했다. 욕실 천장 안에 설치하는 거라고 누가 생각을 하겠는가? 구글 번역기를 끼고 설치 장소 설명서를 읽었는데 아무리 읽어봐도 욕실 천장이라고 하길래 천장의 뚜껑을 처음 열어봤다. 그 안에 회선 공사가 돼 있었다. 어젯밤에는 이거 설치하느라 시간을 다 허비하고, 머리가 너무 아파 침대 위에서 시간을 보내다 일찍 잤다.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고 분명 말했는데, 안 되길래 분노의 심정으로 또다시 연락했다. 이 돈 내고 이럴 거면 나 그냥 비싼 돈 내고 지낼 테니 다시 호텔로 보내달라고 했다. 솔직히 나는 아쉬운 게 없다. 한국도 가깝기도 하고, 원격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고, 계약 시 낸 보증금도 없으니까. 무선 인터넷 신호가 잡히길래 연결해봤다. 하지만 구글 같은 아주 기본적인 사이트만 접속 가능하길래 NTT에 전화해 봤더니 자기들은 회선 사업자고 인터넷 공급자가 그 문제를 해결해야 다른 사이트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네... 그러십니까...

    그냥 알았다고 하고 다시 리로케이션 매니저에게 분노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랬더니 그제야 프로바이더랑 연결을 해준다. 왜 일을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머리가 계속 아파 2시간 정도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해결이 됐다. 너무 진이 빠진다. 옆에 누구라도 있으면 스트레스 해소라도 같이 하는데, 타국에 혼자 있으니 해소할 방법이 엄청 제한적이다. 이래서 혼자 해외 생활을 한 사람들이 다들 해탈한 모습이구나.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아휴 잠이나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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