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기준의 무용지물
    Diary/2013: Sweden Lund 2014. 2. 17. 21:13

      그저께 다같이 발리우드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음 근데 제목이... 생각이 안나네... 허허 이따가 친구한테 다시 물어봐야 겠다. 인도 영화는 그 동안 몇 편 안봤지만 보고 난 뒤에 기억에는 다 잘 남아 있다. (인도 음식만큼 강력한 영향을 발휘하는 인도 영화!)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영화 '블랙'이라고 인도버전 헬런켈러 이야기 인데, 설리반 선생님이 남자 캐릭터로 바뀌었기 때문에 스토리의 감동을 더해준다. '세 얼간이'는 나빼고 다들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인도 특유의 문화와 풍습을 빼놓고 스토리 자체로만 보자면 이번에 본 영화도 딱히 새로운 것은 없었다. 혼자 볼 때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을 영화에 속한다. 천재적인 예술적 감수성을 지닌 꼬마 남자아이는 불행히도 난독증을 앓고 있다. 아이의 부모님은 학교에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딱히 이루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이를 게으르다며 몰아세우고 급기야 기숙사에 보내 버린다. 정확한 원인을 생각해 볼 여유조차 갖지 못한 불쌍한 아이의 아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하므로, 아이는 기숙사에 가서 장애아동을 가르치다가 기간제로 부임해 온 미술 선생님을 만나서 보살핌과 치료를 받게 된다. 대단한 타이밍!

       이런 해피엔딩 영화를 보면 더 슬퍼진다. 세상에는 저런 행운을 만난 아이보다 그렇지 못한 아이가 몇백배나 더 많을 테니까. 아, 내가 너무 비관적인 건가.

       

       영화가 끝나고 친구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나는 졸려서 거의 그냥 듣고만 있었다. 서양 친구들은 인도와 아시아의 문화가 낯서니까 질문할 거리가 엄청 많았나 보다. 그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는 인도의 가부장적인 문화도 나에게는 그닥 신선한 충격이 아니였다. 다만 나에게도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인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한 세대 전만 해도 근친혼이 빈번했고,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하고 있을 거라는 것.

      자기도 한때는 먼 친척과 결혼할 뻔 했었다는 얘기는 나와 친구의 이해한계를 넘어서 수용 불과인 것이었다. 인도 친구는 이 말을 하면서도 경악을 금치 못해하는 우리의 표정과는 대조되게 참으로 담담했다. 하긴 그 친구에게는 그저 자기가 살아오고 자라난 세상이니까. 이쯤되면 문화의 옳고 그름 판단은 참으로 애매해진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