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돈 쓰기의 어려움
    Diary/2013: Sweden Lund 2014. 3. 2. 22:17

      생리때가 가까워지면 왜 이렇게 돈 쓰고 싶어 안달인지 모르겠다. 어제 정말 난리 부르스를 치다가 H&M에서 레깅스를 사고 그제야 진정을 할 수 있었다. (이제 치마레깅스는 거추장스러워서 싫다.) 탑샵에서도 사고 싶은걸 꾹 참느라 정말 힘들었는데, 참은 보람이 있다. 돈을 쓰기는 참 쉽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나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나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내고 사인을 하면 끝이다. 현금은 귀찮아서 안 들고 다닌지 오래다. 체크카드보다 신용카드는 더 위험한 존재다. 일단 나가는 돈이 없으니 그냥 꽁짜로 사는 것 같다. 나중에 고지서 받아봐야 정신을 차리지. 하지만 비상시를 생각해보면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소비가 진정으로 나를 만족시켜 준 적은 몇 번일까. '진정한 돈 쓰기'를 하기란 참 어렵다. 쓸 때는 쓰되, 쓰지 말아야 할 곳은 자제하는 습관이 필요한데 이걸 지키기란 참으로 어렵다. 저번 달에 돈이 별로 없어서 기숙사에 처박혀 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때만큼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다. 집 앞 식료품점에서 몇 번 필요한 음식 재료들만 사고 그 외의 소비는 일절 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절약과는 담을 쌓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노력하니 또 나름 아낄만 했다. 뿌듯하기도 하고. 3주 동안 10만원 정도밖에 안 썼다.


      돈은 쓰면 쓸 수록 더 쓰고 싶은 법이다. 소비는 도박과도 같은 중독성을 자랑한다. 이 물건을 사고 싶으면 다음에는 저 물건을 사고 싶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일생동안 살아가면서 필요한 옷은 몇 벌 되지 않는다. 특히나 겉옷의 경우가 그렇다. 내 옷장을 찬찬히 살펴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입은 가디건도 있고, 중학교 때부터 입은 패딩도 있다. 매 계절마다 입을 옷이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옷을 사길래 그러는 걸까. 유행타는 옷을 남들 따라서 사 버리면 얼마 못 가서 안 입는다. 나만의 옷 고르는 기준을 가지고 내 기준에서 만족스러운 옷을 사야 오래오래 입는다.


      아, 돈은 정말 사람을 탐욕스럽게 만든다. 돈은 내가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는 수단일 뿐이다. 돈에 잡아먹히지 말자. 무의미하고 비효율적인 소비는 결코 내 욕구를 채워 줄 수 없다. 돈을 잘 쓰기란 무지무지 어려운 거다. 이걸 터득하는 날에는 아마 도인이 되어 있을 것 같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