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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2022 2022. 1. 9. 09:37

    나는 가끔 감정 이입을 너무 지나치게 해서 타인이랑 내 경계가 없이 저 사람이 해야 할 말을 내가 대신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엔 코로나 덕분에(?) 강제로 거리두기를 하다 보니 영향을 덜 받아서 본래 내 성격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수월해졌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타인에게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을 잘 안 하려고 하고, 전달하더라도 드라이하고 디렉트 하게 말하는 편이라 감정적인 부분에 신경을 덜 써서 편하기도 하다. 다들 성숙한 어른들이다 👴👵 (개인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정이 많다"라는 말은 믿지 않는다. 되려 부족하기 때문에 외치는 캐치 프레이즈에 불구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내면을 진지하게 마주 보지 못하고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대충 넘어가거나, 나이로 찍어 누르려는 경우가 더 많다. 자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왜 그런 상태인지를 상대에게 차분히 설명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별로 보지 못한 개인적인 경험 탓도 있다.)

    언젠가 내가 일이 많아서 20% 시간을 따로 기술 공부에 할애하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 했더니 리드가 일은 언제나 있는 거기 때문에 너무 압박받지 말고 네 시간은 네가 알아서 관리하고 지키라고 해줬다. 왜 그렇게 뭔가에 쫓기듯이 달렸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 다른 동료는 아들이 자기 서브 모니터를 업무 책상에서 놀다가 박살 냈는데 화낼 힘도 없어서 놀랄 만큼 온화하게 혼냈다고 했다. 나도 예전 같으면 하나하나 예민하게 반응할 일들에 대해 힘이 없어서 그냥 그러려니 한다. 노화의 힘으로 나의 MBTI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자식 있는 성숙한 부모들의 저런 숭고한(?) 희생정신을 닮고 싶다. 실제로 자식을 가질 일은 아직 요원해 보이니 저런 마음이라도 닮아보려고 노력하면 더 나은 인간이 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누군가에게 양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분과 아닌 분들을 비교해 보니 그릇의 차이가 꽤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국 후자가 아무리 용써봤자 마음 씀씀이에 있어서 전자 발끝도 못 따라간다. 볼 수 있는 스코프가 너무 차이 난다. 남한테 양보를 할 수 있으면, 양보를 받은 사람이 어떤 결과물을 내서 그것이 그 사람과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경주마처럼 내 것만 챙기면 딱 거기까지다. 갓 첫 직장 입사했을 때 팀장님이 나한테 "어이구~ 내가 애 엄마라서 다행이지, 너 안 그랬어봐" 이러면서 귀엽게 핀잔을 주신 적이 있다. 이제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간다. 그냥 그때의 나는 대학을 갓 졸업해서 책에서 배운 지식밖에 머릿속에 없는 주제에 말만 잘하고 생떼 잘 부리는 철부지에 불과했던 것 같다.

    나보고 일 빠르게 잘한다면서 이모지 엄청 붙여주면서 정성껏 테스트해주고 리뷰 해준 동료, 자기 예전 회사에서 OTA 관련 업무 하다 왔으니 이쪽 부분에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고 업무 재밌게 하라고 말해준 동료, 치앙마이 놀러 가거나 도쿄에 이사 오는 날 궁금하는 거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라고 선뜻 말해준 동료(넷플릭스로 한국 콘텐츠 보면서 한국어 공부한다고 하면서 태국어와 한국어의 공통점을 열심히 설명해줬다 😂) 모두 나의 예민함을 덜어주고 삶에 대한 감사함을 배로 불려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긍정적인 감정을 건강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 속에서 일하니 마음이 너무 편하다. 이들을 보면서 삶에 대한 긍정적인 감을 다시 되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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