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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아끼기
    Diary/2022 2022. 1. 7. 11:35

    사회생활 초년생 때는 할 말 다 하고 사는 것이 무조건 옳은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확고한 신념을 가지는 것이랑 나 잘난 줄 알고 막사는 거랑 엄청난 차이가 있다. 굽혀야 할 때 굽힐 줄 모르고 계속 나 잘난 줄 알고 떠들어대면 남들이 뭐라 하기도 전에 자기 말에 자기가 지쳐 나가떨어지는 것 같다. 업 중에 구업이 제일 무섭다고 했는데 20대 초중반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선배들이 하는 모습을 차근차근 살펴보니까 따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분들은 말의 완급 조절을 대체로 잘하신다. 외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보다는 좀 더 직접적인 화법을 따르니까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외국 회사에 이직하고 보니 여기도 마찬가지다. 특히 프로젝트 리딩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PM, TL 등등)은 다른 부서 사람들이랑 관계를 잘 다져 놔야 도움을 잘 주고받는데, 너무 자기 의견만 밀어붙이는 사람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조직이랑 잘 융화가 안돼 보인다. 예전에는 마냥 당당해 보였던 것이 이제는 그냥 "저 사람 남들한테 저렇게 보이느라 안 보이는데서 많이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 당당한 사람들의 말을 듣는 사람들은 바보라서 말을 못 받아치는 게 아니라, 그냥 그거 다 받아주는 게 에너지 낭비라서 콧구멍으로 듣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여자는 하루에 남자보다 3배나 더 말한다고 한다. 회사에서 남자분들이랑 섞여서 일할 때는 이 점을 신경 써야 한다. 쉬는 날에 여자인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는 것처럼 회사에서 떠들고 다니면 남초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 별로 맞춰 주는 사람이 없을 테니 조직과 겉돌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 생각에 너무 빠지게 되면 어느 새인가 있지도 않던 외로움이 절로 생기게 되고 조직에서 마음이 떠나는 것은 시간문제가 돼버린다.

    수다 떨기는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두 번째로 챙겨도 되는 것이 아닐까? 회사가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면 빨리 일 끝내고 퇴근해서 밖에서 가족들, 친구들, 혹은 모르는 사람들이랑 내 자유 시간 즐기는 것이 나아 보인다. 회사에서 돈 받고 일하면서 친목까지 다 챙기려고 들면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닐까. 회사 생활 경험을 돌이켜보니 어찌어찌하다가 친해진 사람들이 의외로 길게 가는 인맥이 되는 것 같고, 처음부터 어느 한쪽이 티 나게 친해지고 싶어서 다가오는 경우는 오래가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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