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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E ADR 리뷰, 편해져 가는 소통
    Diary/2021 2021. 6. 23. 09:57

    최근에 옆 팀의 FE 개발자가 modular FE Architecture를 주제로 ADR을 작성했다. 그래서 리뷰를 부탁받았는데, 가만 보니까 앵귤러 콘셉트를 많이 차용해서 React 기반의 코드에 녹여내려고 하는 노력이 많이 보였다. 아예 앵귤러로 갈아엎어버릴 수도 있는데, 그러면 시간적인 문제가 생겨서 이렇게 했나 보다. 그런 포인트를 중점으로 리뷰를 꼼꼼히 했다.

    어제 그 친구가 DM으로 혹시 앵귤러 경력이 얼마나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2017-2018년 이렇게 1년 동안만 앵귤러 JS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혹시 따로 시간을 들여서 깊게 본 적이 있는지를 궁금해했다. 웃으면서 아니라고 나는 React에만 시간을 많이 쏟았다고, 너의 ADR은 앵귤러 콘셉트가 많이 보여서 공식 문서와 비교하면서 봤을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칭찬으로 들리니까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영국에서 왔는데 영국 사람들은 칭찬도 이렇게 간접적이고 모호하게 하는 편이라고 했다 ㅎㅎ 재밌는 친구들이구먼.


    영어로 일한 지 두 달이 지나가는데, 이제 회사에서도 소통이 점점 더 편해지고 있다. 첫 달에는 살짝 패닉이었다. 소통이 편해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회화 수업에서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나서 긴장이 많이 풀어진 게 도움이 제일 크게 된 것 같다. 나는 너무 정석적인 모범생 선생님보다 살짝 이상한(?) 자유분방함을 지닌 선생님들이랑 잘 맞는다. 정석적인 선생님도 싫지는 않은데 나도 정석적으로 행동하니까 나 자신이 본래의 모습과는 다른 것 같아 살짝 연기하는 기분이 든다.

    지금 같이 수업하는 선생님은 이름은 도네반인데, 북부 캐나다의 작은 마을에서 왔다. 추운 데서 사는 것은 이제 질린 모양이다. 그러면 거기 살 때 캐나다 구스 점퍼를 입었냐고 물어보니까 거기서 그거 입으면 주위에서 다 놀린다고 한다. ("Oh, look at you. You're wearing Canda Goose?" 😂) 자기 집에 에어컨 고장 나면 캐나다로 돌아갈 거라고 농담한다.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하고 은행에서 일하다가 프리랜서 영어 선생님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덕분에 캐나다랑 미국이랑 비교하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비즈니스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수업 처음에는 커리큘럼에 따라 책 진도를 나가자고 정했는데 어느새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게 되어서 이제는 그냥 자유 회화 수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내가 재밌게 봤던 HBO 드라마 실리콘밸리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거기 주인공 중 한 명인 캐나다인 길포일을 중심으로 캐나다에 대한 농담이 다 마음에 든다고 한다.

    첫 달에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회의를 하는데 가끔 농담이나 웃긴 소리가 나오면 알아듣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 계속 집중해서 듣다 보니까 이제 서서히 들리는 것 같다. 미드 볼 때도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게 이런 농담 따먹기였다. 다행히, 회사는 일본 회사니까 어느 한 나라의 문화를 깊게 알아야지만 이해 가는 농담은 다들 별로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화상 회의는 되도록이면 비디오를 켜고 뮤트 상태로 들으려고 한다. 상대 말에 일일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다 보면 가만히 정적으로 듣는 것보다 뭔가 적극적인 듣기 모드가 되면서 상대의 말에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 사람이 적은 회의인 경우에는 마이크를 일부러 키고, 'yes', 'ah-ha!', 'umm', 'hmm' 같은 추임새(영어로는 filler words)를 넣어준다. 그래야 상대와의 대화가 기억에 더 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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