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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젝트 끝!
    Diary/2013: Sweden Lund 2013. 12. 12. 18:56

    1.  그래픽스 수업 프로젝트를 어제를 끝으로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그래픽스 수업을 3개나 들은 후 내린 결론은, 나랑은 별로 안맞는 것 같다. 흥미롭고 엄청나게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이지만 정작 배우는 나는 수업 3개나 듣는 동안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다.... ㅠ.ㅠ... 슬프도다.

      그래도 좋은 친구들 만나서 같이 두번의 팀플을 무사히 끝난게 너무나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첫번째 팀플은 네덜란드, 두번째 팀플은 오스트리아, 스웨덴에서 온 친구들이랑 같이 했다. (나이를 굳이 따져서 정확히 말하면 오빠들이지만.) 나는 항상 '이거 어떻게 끝내나'하고 걱정이 넘쳤던 반면에 다들 '다 잘될거야. 할 수 있어! 하하하하하'라는 밝은 기운을 발산해줘서 내내 즐겁게 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수업 들을 때보다 프로그래밍을 많이 한 것 같다. 특이한게 한국에서 들었던 그래픽스 수업은 OpenGL 자체를 다루었는데 여기서는 학과에서 더 쉽고 직관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사용한다. 하지만 공통점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부분은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는 점. 교수님들의 강의 실력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픽스 이론을 공부하다보면 끊임없이 드는 생각이 '대체 이런 생각은 누가 해내는거야?' 이다. 물론 그래픽스에 한정된 생각은 아니다. 모든 학문적 지식들을 발견해내고 발전시킨 학자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다.

      프로젝트 페이퍼를 썼어야 했는데 다들 별로 쓰고싶지 않아하는 것 같아서 그냥 내가 대충 긁어모아서 2페이지 써서 제출했다. 내용은 별로 볼 거 없는데 페이퍼작성 사이트가 멋지게 문서 형식을 꾸며줘서 그럴싸하게 보여서 기분은 좋았다. 이제 다음주 금요일에 서술형 시험만 보면 끝인데 이 방대한 시험 범위를 어떻게 정리할 지 정말 고민된다.

      생각해 보면 나는 항상 어떤 일을 해야하면 '어떻게 이걸 해 낼 것인가?'에 대해 너무나 걱정하는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나름 좋은 점도 있다. 항상 밥먹거나 샤워하거나 걸어서 집에 갈 때도 여기에 대해 생각하게 하니까 몰입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가끔은 저 팀플 오빠들처럼 매우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싶다. 근데 그게 안된다. 나는 아마도 나를 스스로 궁지에 몰아넣어서 일을 해내는 타입인 것 같다. 뭐 싫진 않다. 결과는 항상 보통 이상이 되니까. 적어도 평타!

      

    2.  그동안 너무 스웨덴 날씨 때문에 여기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 것 같아서 괜시리 이 좋은 나라 한테 미안해진다.  오늘은 좀 긍정적인 부분을 적어볼까 한다.

      우선 모든 게 정말로 여유롭다. 사람 사는 곳 같다. 처음 왔을 때는 나와 익숙한 한국과는 정말 다른 분위기에 불편하기도 했다. 가게는 왜 그렇게 빨리 닫고, 주말에는 여는 카페 찾는게 더 힘들고, 버스도 배차 간격은 왜 그렇게 길며, 24시간 편의점은 왜 없나? 또 왜 그렇게 바깥 음식은 비싼지?

      다 철없는 불만이였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모두의 삶을 존중하는 사회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고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준다. 가게에서 일하는 점원이나 가서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우리같은 손님들도 다 똑같은 사람이다. 가게가 일찍 닫아서 불편하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해보면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퇴근하고 각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혀 불평할 만 할 것이 안된다. 또 일찍 닫거나 말거나 오전, 오후에도 충분히 일을 볼 시간이 있기 때문에 여기 와서 불편을 느낀 적은 솔직히 없었다. 버스도 학교 건물이 멀어서 일주일에 두 세번은 이용하는데 도착하면 다들 느긋하게 줄서서 탄다. 여기에 너무 익숙해져서 우리나라가면 적응 안되서 또 힘들 것 같기도 하다. 쓸데없는 기우였으면 좋겠다.

      바깥에서 먹는게 비싸다고 하는데 그것도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는 한에서 정한 적절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장보러 가면 식재료 같은 것들은 우리나라랑 가격 차이도 얼마 안나고 신선하고 맛있는 야채나 과일이 많아서 외식은 별로 안 찾게 된다. 가끔 카페나 블로그에서 우리나라 맛집 소개글을 찾아 읽는데 가격보면 여기 음식점 가격들이랑 별로 차이도 안난다. 디저트류로 넘어가면 가격 차이가 더더욱 안난다. 여기서는 스웨덴식 티타임인 fika가 일상 생활에서 빠질 수 없기 때문에 차나 커피랑 같이 먹을 주전부리 같은게 잘 발달됬다. 나중에 한국 갈 때 몇종류 사서 들고 가야지.

      여기 지내면서 제일 편한 것은 아무래도 스웨덴 사람들 대부분 다 영어를 잘 한다는 점. 가게나 네이션에 가면 스웨덴어 못한다고 하면 다들 친절하게도 방글방글 웃으면서 유창한 영어를 써준다. 스웨덴와 영어의 문법적 거리가 한국어와 영어의 거리보다는 가깝긴 하지만 얘네도 이만큼 잘하려면 어느정도 노력은 해야 할 텐데. 물론 내가 초, 중, 고등학교를 거쳐 9년 동안 몸소 친히 겪어본 한국 영어 공교육의 실태를 생각해 보면 교육적인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웃긴게 프랑스나 독일 여행 갔다가 스웨덴으로 돌아오니 왜 그렇게 안도가 되던지. 안시와 베를린도 좋긴 했지만 영어 문제 때문에 약간 불편했다.   

      아무튼 이래저래 매력적인 나라다. 음 솔직히 말하면 여기 사람들 외모가 제일 매력적이다. 여기서 지내면서 평생 만날 잘생긴 외국인은 다 만난 것 같다. 지나다니면서, 장 보면서, 버스 기다리면서 '헉!'한게 한 두 번이 아니다. *-_-* 머리 길게 길러서 똥머리 하는 남자들도 있는데 심지어 그것까지 잘 어울린다. (물론 짧으면 더 잘생겨 보이겠지만.) 눈호강은 참 제대로 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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