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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락파티Diary/2013: Sweden Lund 2013. 12. 17. 21:43
어제 친구 코리도어에서 다같이 포트락파티를 했다. 오후 7시에 모이자 했는데 나는 6시 30분까지 귀찮음을 핑계로 뭐만들지도 생각안하고 있었다.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또띠아 허니갈릭피자를 만들면 아주 편하고 맛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당장 ICA로 향했다. 거기서 부터 나의 작은 불행타임이 시작되었다. 마늘 한뭉치 샀는데 깜빡하고 계산대에 놓고 왔다. 돌아오는 길에 진흙더미에 잘못 빠져서 양말이랑 신발이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불쌍한 표정으로 공부같이 하던 친구 집에 되돌아가 갔더니 자기가 나서서 신발에 묻은 진흙을 털어주고 양말까지 내주었다. Lin은 나보다 나이는 어린데 행동하는게 침착하고 어른스러워서 가끔은 나도 모르게 의존하게 된다. 배울게 많은 친구. 너무나도 고마웠다. 자기가 신발 닦을테니까 빨리 요리나 하라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마늘없는 그냥 허니올리브피자를 시도해봤는데.... 결과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만들기는 엄청 쉬운데 그에비해 맛은 일반 뷔페에 있는 씬피자보다 맛있었다. 감동먹고 몇조각 같이 집어먹고 감사의 인사로 설거지를 해준다음에 저녁 먹으러 갔다.
율리안이랑 다른 친구가 만든 돼지고기 요리는 지방부분이 정말 바삭하게 잘 요리 되었다. 바삭바삭! 비록 짜긴 했지만 식빵으로 만든 다른 오스트리아 요리랑 같이 먹으니까 잘 어울렸다. 스웨덴 친구들이 만든 샐러드랑 감자, 고구마 요리도 맛있었고 당연 내 피자도 2조각 빼고 다 사라졌다. 데운 와인으로 마무리했다. 음식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맛있고 푸짐했다. 6시 30분까지만 해도 갈까말까 고민하던 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에휴 간사한 내 마음.
자주 어울려 노는 애나도 좀 늦게 도착했다. 원래 10월까지만 해도 별로 대화는 안 나눴는데 스위스 같이 다녀오고 11월 쯤 되니까 애나랑 대화가 술술 잘된다. 어제도 재밌게 대화를 나눴다. 안 친했을 때는 애나는 별로 말 많은 타입이 아닌가 보다 했는데!
이제 슬슬 애들이 떠날 준비를 한다. 4개월의 교환학생 기간 동안 그래도 좋은 친구들 많이 알게 되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한번도 나를 시험에 들게 한 친구를 만난 적이 없다. (음 한 번은 있는 것 같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래도 이정도면 운이 좋았다.) 얘네들이랑 헤어지면 언제 만날지 기약이 없는다는게 제일 슬프지만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제부터 쭉 살다보면 서울이나 미국, 또는 어딘가에서 만나게 될 일이 있을테니 그게 기다려지기도 한다. 다행인건 애나랑 수키를 비롯한 몇몇 친구들은 크리스마스 이브때 룬드로 돌아와서 잠시 지내다 떠나기 때문에 같이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거! ^.^ 기쁘다.
'순전히' 나의 관점에서 하는 얘기지만, 여기 오기 전에는 "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와야지!" 했는데 교환학생의 목적은 '공부'에 포커스가 맞춰지면 안되는 것 같다. 애들끼리 농담삼에 하는 말 중에 제일 마음에 들었던 말은 "공부는 돌아가서 열심히 할 수 있잖아!". 제일 열심히 이 주장을 민 친구는 버클리에서 왔는데 여기서는 죄다 교양과목만 듣고 열심히 놀고 즐기고 여행다니다가 돌아간다. 4개월 동안의 방학으로 생각하고 왔다고 한다. 만약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도 이렇게 했을 것이다. 전세계에서 온 친구들이랑 교류하고 디너 파티하고 같이 여행다니는데만 해도 시간이 많이 든다. 가치관이나 생활환경이 다른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보면 반성도 많이 하게 되고 깨달음도 많이 얻는다. 이 대화들이 그저 앉아서 수업 듣는거 보다 더 큰 자극을 나에게 가져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