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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시험 통과 >.<!
    Diary/2013: Sweden Lund 2014. 3. 9. 18:13

     1.  아 너무 기분이 좋아서 어젯밤에 꿀 같은 잠을 잤다. 나는 구글 메일 계정을 들어갈려고 했는데 본의아니게 자동 완성 기능으로 인해 룬드대학 메일 계정에 들어가게 되었다. 들어가게 된 김에 시험 결과가 나왔는지 확인해보자고 떨리는 마음으로 로그인을 했는데.... 교수님의 메일이 와있었고.... 거기에는.... 패스를... 패스를 받았다고 써있었다. ^0^

     

      Grade 5가 제일 높은 성적이고 그 다음이 4, 3 그리고 Fail이 룬드 공대에서 성적을 매기는 방식이다. 스웨덴 애들은 재시험 제도가 있어서 시험에 있어서도 그닥 높은 스트레스를 받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마어마한 시험 시간까지 주어지니까. 굳이 나쁘게 얘기하자면 너무 여유로워서 학습의 능률을 떨어트리는 것 같지만, 이건 짧게 봤을 때의 얘기고 얘네의 삶 스케쥴에 맞춰서 생각해보면 딱 적당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저번에 페일을 받은 이유는 컴퓨터 구조론을 공부하지 않은 채로 수업을 들었고 (진짜 용감하다!!), 애들이랑 놀아야 한다는 핑계로 커피프린스를 보며 (최한결이랑 논 셈이다) 공부를 하지 않았다. GPU에 대해서 깊게 배우는데 컴퓨터 구조를 모른채로 듣느라 생소한 용어들이 많았다. 그래도 용케 구글검색의 도움을 받아서 패스는 했으나 반성을 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가면 일단 토익스피킹, 토익부터 잡아 놓고, 경력에 도움이 될 만한 인턴이나 알바를 구한 다음에, 도서관에 가서 전공관련 과목에 대해 공부 좀 해야 겠다. 기초적인 토대를 확실히 하고 복학을 해야겠다.

     

     

     

     

     2. 어제는 Becky랑 룬드에 온 인디밴드 'Say Lou Lou'의 공연을 보러 갔다. 스웨덴 자매들의 밴드인데 우리가 여기서 제일 극성맞은 팬 역할을 한 것 같다. 음, 확실히 스웨덴 애들은 잿밥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공연 중간에 스티커를 뿌렸지만 별로 줍지 않아서 우리가 두 개씩 (!) 챙겼고, 나중에는 공연 포스터가 너무 이뻐서 캐셔한테 저거 떼가도 되냐고 (하하....) 조심스레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정말 상상외로 밝게 웃으며 "그럼! 그냥 떼 가 ^.^" 심지어 락커 옆에 고정되 있는 포스터 떼는 방법까지 설명해주었다. 왜... 이렇게 친절한 거죠..?

     

      룬드가 마음에 드는 또 다른 하나의 이유는 도시가 참 다른 데에 비해 이쁘고 아기자기하고, 사람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서이다. 아마 대학생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여기에 온지 몇일 안 되어서 헬싱보리에 갔다가 룬드에 돌아온 날이 있었는데 그 때 룬드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아무튼 공연은 참 좋았다. 음향이 살짝 과하긴 했으나 오랜만에 노트북 스피커를 탈출한터라 그 심하게 울려대는 저음이 좋기만 했다. 이 밴드는 드림 팝, 신스 팝, 일렉트로닉을 아주 적절히 섞어서 몽환적이면서도 공연장 분위기를 달굴 수 있는 그런 음악들을 선보인다. 하지만 노래는 검은 머리 언니가 더 잘하는 거 같았다. 

     

      저번에 엘리 굴딩 콘서트 때에는 엘리가 영쿡인이라 영어로 말해서 알아먹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이번엔 그런거 없고 얄짤없이 스웨덴어로 멘트가 나갔는데 주위 사람들이 웃으면 '아, 재밌는 말 하고 있는갑다..' 하면서 나름 문맥을 따라잡으려고 애를 썼다. 그래도 알아 들은게 있는데, 바로 "En gång till!" 우리말로 하자면 "한 번 더!" 이쯤 되겠는데 공연 끝나고 '앙코르' 대신에 이 말을 애들이 해서 신나게 따라했다.

     

      원래 2월달에 얘네의 공연 일정을 어디서 봐서 Becky한테 같이 가자고 할까 하다가 까먹었는데 금요일 저녁에 신기하게도 Becky한테 같이 공연 가자고 문자가 왔다. 통했다! 음악 취향이 비슷하고 같이 있으면 참 즐거워서 좋다. 영어로 신나게 얘기하다가 중요하거나 표현 못하겠거나 하는 얘기는 한국어로 돌려서 얘기한다. 섞어서 얘기하니 그것도 여기서 발견한 새로운 재미다. 영어는 영어대로 좋고 한국어는 한국어대로 말하는 재미가 있다. 

      영어로 얘기하면 직설적이고, 약간 과장된 오버리액션이 포함되어서 더 말하는 재미가 있다. 한국어는 억양은 영어보다 훨씬 심심하지만 단어가 더 귀엽고, 고를 수 있는 어휘가 더 다양하고, 드립의 재미가 있지만 드립은 외국에서 온 한국인들을 상대로 치지는 못하니 참고 있다. (하지만 어제 '썸남, 썸녀'의 정의를 Becky한테 설명해 주었다.)

     

      Becky한테 참 고마운 다른 점은 영어 발음 설명을 잘 해준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덕분에 'ph-'발음과 'th'발음을 고쳤다. 다른 아이들은 잘 설명을 못했는데 Becky는 발음의 핵심을 잘 알고 있어서 신기하다. 게다가 그걸 한국어로 얘기해주니까 이해가 쏙쏙!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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