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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아놓지 말고 그때그때 말하기Diary/2023 2023. 7. 15. 09:46
매니저가 아주 좋은 피드백을 해줬는데, 바로 내 감정이 쌓이고 쌓여서 저절로 터질 때까지 놔두지 말고 그때그때 말하라는 거다. 내가 몇 번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장문의 슬랙 에세이(?)로 보내니까 자기가 처리하기 힘들다고 그러지 말라고 말해줬다. 예전부터 나도 이런 부분에 있어 의사소통이 매끄럽지 않다고 느낀 참이어서, 아예 마음속에 새겨두려고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봤다. 유튜브에서 즐겨보는 심리학 채널이 있는데, 거기서 심리 상담가 장성숙 님의 말씀이 너무 도움이 돼 그분이 쓰신 책도 여러 권 읽었다. 30년 넘게 상담을 해온 분이라 그러신 지 이론적인 이야기가 아닌 경험에서 우러나온 주옥같은 글귀가 많았다.
스스로 부단히 애쓰며 살아야 하는 여건에 놓인 사람들이나 과도한 경쟁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긴장을 풀어낼 수 있는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그때그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스트레스를 누적시키지 않아 생동감을 유지할 수 있고, 자연스럽고 편안해질 수 있다.
- 장성숙, 『 그때그때 가볍게 산다』우연인지 아닌지, 그 분의 책 제목이 매니저가 나에게 말한 조언과 비슷했다. 터질 때까지 참지 말고 그때그때 가볍게 내 의견을 상대에게 건네서 소통을 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그냥 넘어간 적이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상대는 내가 괜찮은 줄 알아서 나중에 내가 다른 포인트에서 불만을 터트릴 때 당황한 적이 있다. 근데 생각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다. 나는 심리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그동안 읽은 책을 바탕으로 바라보면 감정 처리가 미숙한 것이다. 만만하거나 엉뚱한 곳에 가서 화풀이하는 것만큼 내 삶을 꼬이게 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짜증이 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다. 상대가 나에게 뭔가 제안을 하거나 생각을 표현했는데 담담하게 나는 별로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고 상대도 내 반대 의견을 담담하게 받아준다면 짜증이 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의 다른 문제점도 발견하게 됐다. 상대가 어떤 말을 했을 때 너무 진지하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경쾌한 반응을 하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 사람의 의견일 뿐이니 좀 더 긍정적으로 수용해 잘 받아치거나 나의 감정과 섞이지 않게 경계선을 잘 그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다니는 회사는 이런 의사소통 연습을 하기에 최적의 장이 아닌가 싶다. 드라이할 정도로 감정을 섞지 않고 의견을 잘 주고받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도 그 영향을 받고 있는 중이다. 어제는 친구랑 같이 저녁을 먹는데 계속 회사에서 중대 뉴스 발표를 하는데 자기에게 영향이 있을까 봐 걱정을 하길래, 그냥 지금 먹고 있는 사모사에 집중하라고 했다. 걱정을 한다고 해서 나아질 것이 없으니 그 친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먹고 있는 저녁을 최대한 맛있게 즐기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정신건강은 환기(ventilation)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어린아이는 어린아이대로 발달과업이 있어 그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취학하면서부터는 학업이라는 과업을 놓고 숱한 경쟁을 해야만 한다. 어디 그뿐인가. 사회에 진출해서는 취업을 해야 하고 또 인정을 받아야 승진을 이뤄낼 수 있다. 이렇게 누구든 힘겹게 살아가면서 맞이하게 되는 각종 스트레스나 독은 그때그때 방출하지 않고 쌓아두면,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희한한 방식으로 터지게 된다.
- 장성숙, 『 그때그때 가볍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