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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을 두고 떠나온 베를린Diary/2013: Sweden Lund 2013. 11. 21. 06:51
저번주 목요일 저녁에 코펜하겐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베를린으로 향했다. 버스 정류장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주소만 찍은 채로 갔는데 알고보니 코펜하겐 중앙역 바로 옆이 버스 정류장이였다. 그것도 모르고 정류장 찾아서 코펜하겐을 빙빙 돌았다. 캐리어 바퀴가 돌길에 부딫히면서 내는 소리가 무지 거슬려서 그냥 들고다니느라 힘들었던 것만 빼고는 괜찮았다 그래도! 거리가 너무 조용해서 바퀴 소리가 상대적으로 무진장 크게 들렸기 때문에 너무 거슬렸다. 가기 전에 캐리어 자물쇠랑 옷핀좀 살까 했는데 베를린은 소매치기 위험같은건 신경 안써도 된다는 사람들의 말에 그냥 갔다. 정류장에 도착했어도 우리는 여기가 정확한 정류장인지 몰라서 불안해 하다가 (30분 전에는 버스에 타야 한다는 안내문은 깜빡 잊은 듯이) 출발 시간 정각에 도착한 버스에 오르는 승객들과 기사 아저씨한테 물어물어 알아보니 제대로 찾은 것은 맞았다. 버스 예매한 사이트 회사랑 버스 소유 회사의 이름이 달라서 더 헷갈렸다.
유럽의 버스들은 한국의 고속버스 크기를 가볍게 누르는 압도적인 크기를 뽐낸다. 유럽 사람들의 몸 크기를 배려해서 인가? 게다가 안에 화장실도 있다! 와이파이도 있다! 물론 신호가 그렇게 빵빵터지지는 않았지만. 대략 6시간 정도를 달려서 아직 해도 안뜬 껌껌한 베를린에 도착했는데 버스 안이 너무 건조해서 렌즈때문에 눈이 아파서 힘들었다. 버스가 중간에 페리에 들어가서 해협을 건너는데 그 40분 동안에는 또 버스 안에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페리로 나가 있어야 한다. 상당히 귀찮았다. 뭐 근데 나가라는데 나가야지. 어쩔 수 있나. 그렇게 6시간 동안의 불편한 쪽잠을 자고 드디어 베를린에 도착했다. 중간중간 깨서 밖을 봤는데 고속도로의 불빛이 하나도 없어서 정말 어두 컴컴한 심연 속을 달렸다. 정말 쓸데 없는 생각이지만 버스 기사 아저씨 심심하셨을 것 같다. (+ 약간의 무서움도 있지 않을까? ㅋㅋㅋㅋㅋㅋ)
버스에서 내리니 남부고속터미널 같은 곳이다. 지하철을 타고 호스텔까지 가야 하는데 어떻게어떻게 해서 잘 찾아갔다. 구글맵 GPS 기능이 정말 낯선 곳에서 헤매는 어린양들을 이끄시는 예수님 같이 느껴졌다. 호스텔 위치는 베를린 동쪽 지역이였는데 지하철역이랑 가까워서 상당히 편했다. 사실 베를린 대중교통이 서울처럼 정말 잘 되어있어서 3일 내내 편하게 잘 다녔다. 어느 장소나 근처에 지하철 역이 있다. 그래서 더 서울같이 느껴져서 친근했다.
체크인을 하고 6인실 Dorm에 들어가니 호주에서 온 어떤 남자사람이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얘는 삼일 내내 낮밤이 바뀌는 생활을 했다. 아무튼 우리도 서둘러 침대 하나씩 잡고 꿀잠 행렬에 동참했다. 호스텔에서 머무는 동안 어느 한 사람의 발냄새 빼고는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휴 정말이지 그 발냄새는 고문이 따로 없었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슬픈 기억이다. 아침에 따뜻한 물이 안 나와서 약간 춥긴했지만 화장실, 샤워장도 깨끗하고 싼 가격에 이정도면 정말 훌륭했다. 마지막 날에는 짐도 돌아가기 전까지 맡아줘서 호감도 상승!
베를린에서의 삼일은 너무나 짧았다. 박물관들이 모여있는 박물관 섬에 있는 박물관은 하나도 못보고 역사 박물관 하나만 돌아보는데도 이튿날의 오후 시간을 다 써버렸다. 도시 구석구석 갤러리도 많고 이쁘고 맛있는 카페도 많고 스웨덴과는 달리 싼 음식과 맥주가 넘쳐나는 도시. 아 특히 맥주는 너무 맛있었다. ㅠ.ㅠ 예전에 해외맥주랑 우리나라 맥주랑 차이를 정말 몰랐었는데 이제 돌아가면 우리나라 맥주를 찾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맥주 큰 병 하나에 1유로 밖에 안한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충격적이였다. 아무튼 여러모로 서울과 비슷한 도시여서 더 정감이 갔다. 사람들이 영어를 잘 못한다는 (하지만 베를린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스웨덴 사람들과 비교해서) 점도 비슷하다. 독일어는 상당히 영향력 있는 언어니 그럴만도 하다.
이튿날에 같이 간 친구가 클럽에 가자고 했는데 돌아다니느라 지치고 졸린것도 있었고 담배 냄새 잔뜩 나는 클럽은 별로 땡기지 않아서 친구한테는 미안했지만 그냥 침대에서 뻗어버렸다. 이때 그냥 자버리길 잘했다. 아니였으면 월요일에 팀플과 수업을 소화하지 못했을게 눈에 뻔하다. 나는 정말 어디 여행을 가든 밤에 잠을 기가막히게 잘 잔다. 전에 제주도 여행때도 저녁 10시에 잠들어 버렸다. 친구들은 내가 자는 침대 옆에서 술판을 벌였으나 나는 꿋꿋하게 침대 자리를 지켰고 다음날 참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제주도 여행 같이 간 친구들은 중학교 때부터 친했기 때문에 나의 잠 패턴을 충분히 잘 알고 있어서 깨울려는 시도조차 안하고 그냥 내비뒀다. 음 역시 내 친구들!
인상적이였던 것이 베를린이 동과 서로 나누어 졌던 과거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동쪽 지역과 서쪽 지역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우리 숙소가 있었던 동쪽은 뭔가 러시아에 있는 느낌? (러시아 안가본 건 함정.) 다만 그래피티는 어딜가나 건물들을 뒤덮고 있었다. 어떻게 저기다가 그려놓을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든게 한두번이 아니였다. 우리 숙소에서 불과 10분 정도 걸으면 동쪽 베를린 분단 벽 갤러리가 있는데 1km정도 되는 벽에 많은 그래피티 작품들이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여행 파트는 저녁에 갔던 베를린 필하모닉 홀! 제일 싼 좌석이 17유로 정도였고 비싼것도 27유로 정도였다. 베를린 필하모닉 홀에서의 바로크 음악(당연히 바흐 포함!)이라니....냉큼 제일 싼 좌석을 예매했다. 홀 내부는 정말 미적으로도 음향적으로도 완벽해 보였다. 조명 또한 너무 아름다웠다. 바이올리니스트가 젊은 러시아 사람이였는데 앙콜때 객석을 누비면서 바이올린 연주를 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헿헿
마지막 날에 했던 내선순환 지하철 타고 베를린 한 바퀴 돌기도 기억에 남는다. 비록 깜깜해서 밖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버스 탑승시간 전까지 시간이 남아서 Lin의 제안으로 그냥 무작정 몸을 맡기고 편안하게 베를린을 한 바퀴 드라이브 했다. 서울에서 지하철 2호선 탈때마다 이거타고 그냥 한바퀴 돌까 생각만 했는데 여기 베를린 와서 해보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한 바퀴 도는데 한시간 정도 걸렸다. 생각외로 작은 도시다.
월요일 아침 여덟시에 룬드 중앙역으로 도착했고 기숙사 방에 도착해서 짐도 못풀고 샤워만 하고 아침먹고 LTH로 팀플하러 부랴부랴 떠났다. 그런데 아무리 바빠봤자 한국에서의 학기 중 생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므로 피곤함에 익숙해서였는지 그렇게 문제는 없었다. (강의시간에 존 거 빼고는 ㅎㅎㅎㅎ)
결론은 베를린은 다음에 또 간다! (날씨가 좋을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