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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멍청한 소리하기
    Diary/2021 2021. 10. 27. 20:48

    합의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조직에서 협업을 할 때 의견 교환은 매우 중요하다. 반대로 말하면 수직적인 조직인 경우 딱히 구성원 간의 의견 교환 없이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를 잘 수행하면 끝이다. 물론 두 성격의 조직 모두 아주 큰 그림은 CxO 레벨에서 정하지만 그 큰 그림의 실제 구현 방법을 생각하는 데서 태도가 나눠진다.

    원격 근무로 회의를 많이 하면서 느낀 건데, 회의 참석자 간의 분위기가 긴장된 경우 이를 풀어주려면 유머와 웃음이 일단 들어가야 한다. 좋은 질문 거리가 생각이 안 나고 아무도 나서서 말을 하지 않으면 'I know it's a stupid question, but ~' 하면서 운을 띄어보는 것도 괜찮다. "아니, 저렇게 멍청한 질문을 입 밖으로 하다니! 저런 질문도 대답하는 걸 보면 나도 질문해도 되겠군" 같은 반응을 끌어내면 그때부터 사람들이 하나둘씩 의견을 보태기 시작한다. 저번에는 SW 플랫폼 Vice President랑 신규 입사자랑 회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에 질문 없냐고 하는데 딱히 말이 없어서 내가 그냥 회사 근처에 좋아하는 식당이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오우 대답하기 참 편한 질문이네"라면서 친절하게 말해줬다.

    모두가 긴장할 때 이상한 소리를 해서 분위기를 푸는 게 재밌다. 회사라고 맨날 진지한 말만 하면 재미없어서 어떻게 다닐까? 사실 내가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했던 멍청한 말들을 다 모으면 어록집이 하나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네이버 다니면서도 많은 이상한 소리를 했는데 그때마다 엄청나게 폭소하는 청중들이 있어서 행복했다. 나중에는 개발자 그만두고 스탠딩 코미디를 해야 할 것 같다. 스토리에도 가끔 이상한 소리를 올리는데, 미국 살다 온 한국 친구들이나 아예 미국 친구들이 더 좋아하는 거 보면 내가 추구하는 개그 스타일이 한국보다는 미국 스타일인 듯하다. 솔직히 나는 한국식 유머가 뭔지 잘 모르겠다. 온라인 유머는 괜찮은데, 일상 대화에서는 별로 재밌지가 않다.

    이것도 특이한 게 나이대 좀 있으신 분들(아저씨, 아주머니, 할머니, 할아버지)과는 또 잘 맞는 거 같은데, 나이가 어리거나 또래와의 대화가 어색한 경우가 많다. 내가 별로 유행을 추구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가... "이게 유행이라고? 왜? 그래서 나보고 이거 같이 하자고? 이야 거참 특이하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짐작컨데, 아무리 남 눈치 많이 본다는 한국인이라도 아마 일정 나이대(40대 정도?) 넘어가면 남 눈치 안 보고 멋대로 사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미 애기 때부터 마이웨이로 살아왔기 때문에 나이 드신 분들이랑 잘 맞는 것 같다. 어휴 용케도 30년 가까이를 살아왔네. 이제 10살만 더 살면 또래와도 통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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