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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묻은 세월의 때Diary/2013: Sweden Lund 2013. 11. 29. 07:25
요즘들어 부쩍 재즈음악이 좋아졌다. 원래도 좋아하긴 했지만 더 자주 찾게 되었다. 뭔가 차분한 스웨덴의 저녁시간과 잘 어울린다. 해가 빨리 지니까 분위기 있는 음악을 오후 네시부터 주구장창 듣게 된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아이튠즈 라디오랑 스포티파이만 있으면 하루가 정말 금방 지나간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마음의 드는 재즈 곡이 있으면 뮤지션들의 이름을 재빨리 스포티파이에서 검색해서 앨범을 통째로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한 다음에 듣는다.
어제는 스몰란드 네이션에서 하는 재즈공연에 친구들이랑 갔었는데 생각했던것 만큼 밴드 일원들의 연주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좋은 시간 보내고 왔다. 음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입장료가 꽁짜여서 그런거 같다. 색소폰 부는 언니가 제일 못하는 거 같았다. 내가 보기에는. 언니는 이쁘긴 이뻤지만 나는 냉혹한 심사위원이니 외모는 제외하겠다. 50kr 정도 내고 들어갔으면 약~간 기분이 찜찜했을듯? 하긴 공연장 내부가 아늑하게 잘 되어있어서 재즈음악을 배경음악 삼아서 좋은 사람들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그게 어디야?
확실히 현재와 과거의 재즈 음악 대하는 나의 태도를 비교해 보자면 정말 장족의 발전을 이뤄냈다. 예전에 맛있는 저녁 사준다는 아빠의 꼬임에 넘어가서 그냥 가던 내가 부끄러워 진다. (웃긴게 그 때 재즈공연 시작 전에 아빠가 던킨 도너츠에서 쿠앤크라떼를 사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지금의 나를 데리고 가면 정말 더 잘 집중해서 즐길 수 있는 자신이 있는데 말이다.
음 그만큼 세월의 때가 묻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재즈의 때가 묻은 지금의 내가 자랑스럽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느끼고,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을 깨달아 가고, 그러면서도 지난날의 내가, 어제의 내가 한없이 부끄럽다고 느낀다. 재즈음악도 그냥 그 중 하나일 뿐. 갈 길이 참 멀구나. 아직 (외국 나이로)스무살 밖에 안된 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