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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king Money
    Diary 2021. 5. 5. 19:57

    졸업할 때쯤에 대학원을 갈지 취업을 할지 고민을 했다. 하지만 대학원에 가면 조교 활동비로 월 30만 원을 준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취업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까지 학업을 계속하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많이 해왔고, 대학원을 가서 다시 뭔가 임시 수입원을 찾을 생각을 하자니 지긋지긋한 기분이 들었다.
    돈을 번다는 것은 무엇일까? 부모님한테 말한 적은 없지만, 대학교 때 만났던 남자 친구랑은 돈 가지고 싸운 적이 몇 번 있었다. 집에서도 여유롭게 용돈 받아 생활하는 입장이 아닌데, 나름 그 당시에는 제일 가까웠던 사람한테도 그런 문제 가지고 다투니까 스트레스가 많았다. 나중에 그 친구가 '이제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다 사줄 수 있다' 비스름한 말을 했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 '내가 가지고 싶은 거'가 뭔지, 그리고 네가 그런다고 하면 "우와 너무 좋다."하면서 다시 만날 거 같았는지 궁금했다. 그냥 '내가 돈 버는 게 최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나도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상대도 여유로울 때 만난다면 정말 둘 사이에는 순수하게 사랑밖에 없지 않을까? 하면서. 네가 돈 쓰니 내가 돈 쓰니 다투지 않고.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었는데. 혹시라도 미래에 누군가를 만나서 결혼했는데 직장도 변변치 않은데 남편이 돈 못 벌어서 내가 고생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까 봐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건 남자 잘못도 아니고, 내 잘못도 아닌 딱히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그냥 무서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다는 것은 쉽사리 사람에게 절망감을 가져다 주기 쉽다.
    나는 쉽게 의지하는 성격이 못 되어서(장녀병?), 불안정한 인간관계보다는 좀 더 객관적으로 내가 한만큼 돌아오는 돈에 노력을 쏟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언젠가는 외국에 나가서 일하고 싶다는 꿈도 있었고, 그 목표를 위해 맞는 커리어를 쌓으면서 남자까지 만나기에는 역량 초과였다. 사실 성격이 멀티가 잘 안된다. 있으면 있는 거고, 없으면 그만인 그런 존재. 그렇게 어느샌가 연애에 대해 심드렁한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결혼 제도란 무엇인지, 그전에 연애란 무엇인지, 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지극히 불안정해 보이는 모델인 일부일처제로 두 남녀가 가정을 이루어서 둘의 수입으로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는 건지 등등에 대한 사회학 책도 틈틈이 도서관에서 찾아 읽었다. 왜 우리가 하는 연애는 공식이 정해져 있는 것인가? 미디어에서 만약 다르게 연애상을 주입시킨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그대로 따를 것인가? 만약 결혼 말고 동거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좀 더 개방적으로, 그리고 실용적으로 바뀐다면 나는 더 자유롭게 남자를 만나고 다녔을까? 이런 것들이 궁금했다.
    결혼과 연애에 대한 환상이 없어져서, 이제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면 억지로 흥미 있는 척해야 해서 사실 조금 힘들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흥미 없는 이야기도 흥미 있는 척하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 같은데 친구들은 나도 언젠가 할 거라고 가정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나도 당연히 흥미가 있는 줄 알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도쿄 여자 도감' 드라마에서 주인공 빼고 전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주인공이 자기가 커리어우먼 잡지에 실린 것을 자랑하려고 하다가 슬그머니 그만둬버리는 장면이 요즘 계속 생각난다. 정말로 누군가를 만나기 전까지는 "왜 연애 안 해?"라는 질문을 앞으로 몇 번이고 더 받을 텐데, 그때마다 미소 지어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예전엔 그 질문이 싫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질문도 관심에서 비롯되니 그냥 웃어넘길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이번에 이직해서 가족들한테 나가는 것과 '내가 가지고 싶은 것' 여유롭게 사고 저축도 할 만큼 연봉이 오른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겠다. 어찌 보면 1차 목표는 예상보다 일찍 달성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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