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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nglish is Very Low-Context
    Diary/2021 2021. 6. 7. 14:24

    아침 9시에 수업 예약해 둔 것을 깜빡하고 호수공원 조깅 나가려고 하다가, 핸드폰 알림을 보고 급하게 zoom 링크로 접속했다. 캐나다 선생님인 도너반과 함께 저저번 주부터 1:1 사내 영어 수업을 1회 40분 1주일에 2번 진행하고 있다. 따로 돈 낼 필요 없이 그냥 클래스 예약해서 들으면 되니까 참 편하다. 일본어도 얼른 듣고 싶다~

    오늘은 저번 주에 봤던 운전면허 필기시험 어땠는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생님이랑 이야기가 꽤 잘 통하는 편이라서 자유 회화 수업을 진행해도 되긴 하는데, 맨날 자유 회화만 하면 또 너무 프리 해서 책 진도도 같이 나가겠다고 했다. Oxford에서 나온 Business Result라는 비즈니스 회화 영어 교재를 사용해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앞에 20분 정도는 자유 회화를 하니까 남은 20분 동안 2~3문제 정도 나가고 끝나게 된다. 그래서 1과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크크. 책 진도가 문제가 아니라 한 문제를 같이 봐도 얼마나 많은 것을 얻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교재 자체의 진도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동서양 웹사이트 마케팅이 어떻게 다른지가 질문의 골자였는데, 그 말을 하다 보니 영어라는 언어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서양의 회사 웹사이트는 확실히 동양 사이트에 비해 주고자 하는 비전과 가치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을 하는 편이다. 캐치프레이즈나 슬로건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런데 현지화(localization)를 잘하는지는 모르겠다. 구글 번역기 돌린 것 같은 품질의 번역체를 한국어 지원이랍시고 보여주는 곳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이 동서양 회사들을 비교했을 때 현지화를 잘하는 곳은 어딘거 같냐고 물어보셨는데, "영미권 사이트들이 보고 베끼기도 쉽고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동양 기업이 서양에 진출하는 것이 그 반대보다 더 유리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확실히 선생님도 바퀴를 재발명(reinventing the wheel)은 비즈니스에서 매우 지양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있는 것을 가져다 쓴다는 개념에서 생각하면 그 편이 쉬울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Remember that English is very low-context so it's always a good idea to qualify adjectives or use multiple adjectives in the same description.

    그리고 오늘 수업에서 기억에 남는 피드백은 위의 인용문이다. 영어를 쓰는 곳이 워낙 많고, 언어만 같을 뿐이지 문화나 사회 규범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미국이나 캐나다만 놓고 보더라도 주정부, 연방정부 등 생활할 때 신경써서 체크해야 할 법률 같은 것이 많고, 영국도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가 연합한 왕국이기 때문에 언어만 같을 뿐이지 서로 소통할 때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 영어는 자연스레 매우 저맥락(low-context) 언어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에 한국이나 일본은 획일화 경향이 영미권의 나라보다 높기 때문에 고 맥락(high-context)의 언어가 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감정 표현이나 제스처 등이 풍부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대화 상대의 비언어적인 제스처에서 맥락을 다 파악하기가 힘들다. 한국의 고 연령층 사람들은 더욱더 그런 경향이 강하고 지시를 내릴 때 구체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그 명령을 받아서 일하는 사람들이 거의 수능 언어 영역 시 지문 문제처럼 두뇌 풀가동 해석을 해야 한다. 그래서 차라리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묘사가 불충분한 고맥락 언어보다는 "상대가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을 것"을 먼저 가정하고 두세 번 풀어서 설명하는 저 맥락의 언어가 사용하다 보면 편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에 코드 리뷰할 때 마음이 편하다. "대화를 여러번 주고받는 것"을 처음부터 가정하고 리뷰를 하면 나도 상대방도 그냥 대화가 길어진다고 초조해하지 않고 로직 자체에 집중해서 쭉 진행할 수 있다.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왜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지? 내 코드가 이상한가?"라고 잘못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 상대방은 내 생각을 이해하고 싶은 것이다. 그냥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오케이 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소수인 것 같다. 예전에는 미국 사람들이 참 말이 많고 길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언어적인 영향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한국 사람들이 듣기에는 말도 너무 많고 피곤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을 부분이다. 이들과 비즈니스 및 생활을 같이 하려면 이런 언어문화적인 차이를 잘 인지하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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