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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을 떠나오니 깨달은 것, 바뀐 것
    Diary/2022 2022. 7. 30. 20:47

    낯선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느낀 것이 있는데, 그동안 내가 많이 응석을 부리고 살아왔다는 것을 요즘 새삼스럽게 다시 느끼고 있다. 가끔 아빠랑 대화했던 것처럼 말을 많이 하는 때가 있는데, 그러면 상대가 많이 피곤해하는 거 같아서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엔 항상 누군가와 대화하고 나서 내가 너무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부담 주지는 않았는지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왜 내가 미국 친구들이랑 노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알게 됐다. 이들의 풍부한 리액션과 대답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내가 원하는 정도에 가까워서 자꾸 어울리고 찾게 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리액션이 많은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심심한 환경이나 조용한 환경에서는 쉴 때는 괜찮은데, 그게 직장이라면 힘든 것 같다. 외국어 선생님들은 나랑 수업하시는 것을 많이 좋아하시는데, 내가 반응하고 호응해주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가 보다. 서비스직 사람들(특히 일본의 가게 점원들)이나 외국어 선생님들은 리액션이 얼마나 감정 노동인지 알기 때문에 엄청 고마워해 주신다. 특히 일본 가게 점원들은 감정 노동을 심하게 하는 편인 것 같다. 그래서 나 홀로 문화가 발달한 것인가...


    한국을 나온 이유 중 하나는 어딘지 모르게 그대로 한국식 삶에 방식에 따라 살아가는 게 부담스러워서 나온 것도 있다. 그래서 나온 김에 부모님도 아닌데, 딱히 존경할 만한 부분도 없지만, 자꾸 내 삶의 방식에 대해 간섭한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들은 일부러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놔둔 것 같다. 어차피 만나도 진심으로 내 삶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만나려 하는지도 이해가 안 갔었다. 그런 식의 대화라면 그냥 인터넷에서 랜덤 채팅으로 해결해도 될 일 아닌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라는 장기 계획은 없지만, 당장 몇 년 내에 하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에 일단은 거기에 집중하고 싶다. 덕분에 정말 나를 위하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나에게 하는지도 잘 알게 됐다. 예전에는 한 없이 어른 같고 커 보이던 사람들이 이제는 아닌 것 같은 경우가 많아졌다. 보는 눈이 달라졌나 보다.


    생각보다 내가 주변 사람들은 평범하게 소유했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그동안 부정적으로 생각해오며 지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라온 환경의 영향인지 아니면 냉소적인 태도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를 인정하기까지가 오래 걸렸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맞추려고 생각의 방향을 바꾸려고 하는 시도는 더 힘들다. 그래서 거기까지는 아직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들의 생각도 여유 있게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바꾸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보통 사람들 같았으면 여기에 쓸 에너지를 다른데 쓸 텐데, 아쉽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뀐 점은, 말하는 상대에 따라 얼마만큼 내 에너지를 쏟을지 이제 확실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됐다. 가끔씩 나에게 자기의 불쌍한 점을 어필하는 분들이 있는데, 예전에는 거기에 반응하느라 100만큼의 에너지를 쏟았다면 이제는 정말 10도 안 쏟을 수 있게 됐다. 모든 사람에게 공감능력을 갖는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이야기를 상대가 공유한다면 나도 100만큼 다시 반응한다. 그리고 상대가 문제를 잘 해결하는 독립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면 내가 정성 들여 반응해주면 매우 고마워하고 나름 알아서 잘 헤쳐나가기 때문에 거기에 투자한 내 에너지가 아깝지가 않다.

    하지만 매번 그런 이야기만 되풀이한다면 진지하게 상담을 받아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정신, 혹은 심리 상담사가 괜히 비싼 돈 받고 상담해주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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