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지속 가능한 업무 태도
    Diary/2022 2022. 1. 30. 19:56

    작년에 곰곰이 생각해봤다. 직장 생활을 앞으로 몇 년 하고 끝날게 아니라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지속성 있는 생활이 가능할까? 딱히 경제적 자유에 대한 욕심이 없고, 정말 그게 있는지도 의문인 입장이기 때문에 차라리 그 시간에 일단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내 태도를 돌아보고 고칠 점은 없나 반성하는 편이 생산적인 것 같았다. 올해로 7년 차 직장 생활이기 때문에 한 번쯤 돌아보면 좋겠다 싶었다.

    그동안 받았던 피드백을 되돌아보면, 내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가까운 사람들한테는 잘하지만 먼 거리의 사람을 까칠하게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이다. 바운더리 안에 들어오면 누구보다 잘 챙겨주지만, 그러면 외부 사람들에게 반감을 살 경향이 다분하다. 가끔가다 그런 팀들이 있었다. 구성원들끼리는 사이가 너무 좋은데, 외부에서 가만히 놔두지 않아서 짧은 전성기를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팀들. 주변과의 조화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팀장보다 더 윗 직급 사람들이 그 팀을 좋게 봐주고, 이 팀의 문화가 조직 내로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야 비로소 조직의 문화가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신입 때 생각했던 몇몇 생각들, 너무나 교과서적으로 옳은 말들. 사람이 없으니 사람을 뽑아주세요. 내 업무 끝났으니 다른 사람 업무 끌어다가 초과 근무시키지 말아 주세요. 회의는 딱 시간 지켜서 할 말만 하고 끝냅시다. 그런 말들은 다 주도적인 행동이 수반돼야 비로소 현실로 된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 누가 보기에는 "입만 산 신입이네" 하고 생각하기 딱 좋은 말이었다. 자기주장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그런 말은 조직 내에서 인정과 신임을 받은 후에 아주 좋게 돌려서 이야기해야 된다는 사실은 신입 교육에서 받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주변 선배들을 관찰하다 보니 어느새 깨닫게 됐다.

    외국이든 국내든 상관없이 오래가는 사람들은 모두 지속 가능한 업무 태도를 보인다. 본인을 번 아웃시키지 않고도 다른 사람과 협업을 무난히 진행하면서 성과를 꾸준히 내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 별로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첫인상은 재미없어 보이는 축에 속하기 쉽다. 재미가 있어 보이는 사람은 뭘까? 겉보기에 뭔가 있어 보이는, 말로 최대한 승부 보려는 사람이 여기에 속할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재미만으로 직장 생활이 가능할까? 직장은 영리 목적의 집단이기 때문에, 재미를 보려면 우선적으로 비영리 조직, 이를 테면 외부 동호회나 각종 종교 단체 봉사활동에서 찾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앞으로 직장 생활에 있어서 재미는 가끔 가다가 먹는 디저트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먹으면 기분이 좋지만 자주 찾으면 탈이 나는 그런 것이다. 대부분의 시간은 재미로만은 이야기할 수 없는, 집안일 같은 성격의 업무로 꾸려져 있다. 깨끗해 보이는 집, 버그 없는 프로그램 모두 누군가가 부지런히 쓸고 닦기 때문에 외부인의 입장에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선배들 중에 너무 시종일관 진지하지 않고 웃을 때는 확실히 웃는 유머 감각을 지닌, 진중과 발랄의 적당한 균형감을 유지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을 닮고 싶다.

    그리고 재미는 함부로 약속하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우리가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재미를 보장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자고 하는 편이 리드 입장에서는 더 보장 가능한 약속일 것 같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