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한 번 더 여행Diary/2013: Sweden Lund 2013. 11. 26. 22:45
저번주 금요일부터 월요일아침까지 또다시 여행을 떠났다. 저번달에 제네바가는 비행기표가 왕복 400크로나여서 친구들이랑 다같이 그냥 표를 사버렸다. 그런데 비행기표만 사놓고 정작 가서 뭘 할지, 숙소는 어디서 잘지를 하나도 안 정하다가 여행 떠나기 전에 3일전부터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녔다. 불안하기도 했었는데 결과는 다 잘되었다. 카우치서핑만 3일 내내 해서 숙박비는 하나도 안들고 식비랑 교통비만 들었다. 혼자 카우치서핑했으면 조금 불안했을텐데 동행이 많아서 그런지 든든했다. 다행히 방 주인들도 다들 좋은 사람들이였다.
Easyjet 비행기를 코펜하겐 공항에서 타고 갔다. 그 전날에 배낭 메고갈지말지 고민 엄청나게 해서 구글링 열심히 해 본 결과 '무조건' 짐 하나라는 말들이 많아서 (그리고 홈페이지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고) 보조가방 접어서 캐리어에 하나 넣고 작은 캐리어 하나에 꾸역꾸역 짐을 다 넣어서 달달달 끌고 갔는데 그러길 정말 잘했다. 크로스백이나 핸드백 작은거 하나 들고 간 사람들은 얄짤없이 게이트에서 잡아서 배낭이나 캐리어에 넣어서 하나로 합치라는 명령을 받았다. 비행기 크기는 제주항공 비행기 크기만하다. 덩치 큰 사람들한테는 자리가 좁아서 꽤나 불편한 비행이 될 것 같았다. 2시간 동안 잘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제네바 공항에 도착했다. 제네바공항에서 제네바 도심까지 가는 기차표는 공항에서 공짜로 제공한다. 다들 아침 못 먹고 와서 (나빼고......) 일단 뭐부터 먹기로 했는데 처음엔 맥도날드가서 대충 때우려 했으나 Holy Cow라는 스위스 버거 브랜드 가격이랑 맥도날드랑 별로 차이도 안나서 그냥 여기로 향했다. 스위스 물가는 워낙 비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직접 가서 겪어보니 더 와닿는다. 햄버거 세트 메뉴에도 학생증을 제시하면 학생세트로 5~6프랑 정도 깎아준다. 아이 좋아랑. 국제학생증은 괜히 발급받았다. 그냥 룬드학생증 보여주면 다 통한다. 뭐 나중에 쓸데가 있겠지.. 아마.?
배 채우고 제네바 시내를 돌아다녔다. 스위스는 정말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온 곳에서 부내가 풀풀 나는 나라였다. 킁킁 어디서 돈 냄새 안나요? 자연경관도 뛰어나서 (그리고 우리가 방문했던 날의 날씨가 끝내줬다.) 눈덮힌 산이랑 밑 바닥이 훤하게 보이는 호수에 둘러쌓여 산다. 혹시나 해서 융프라우 가는 가격도 잠깐 검색해 봤는데 20~30만원을 한다는 얘기에 깨끗하게 포기했다. 그 돈으로 그냥 다른 곳으로 여행을 한 번 더 가야지. 물론 가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모든 곳을 다 갈 수는 없으니까. 길거리에 다니는 차들도, 건물들도, 교통수단들도, 거리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다들 돈냄새가 났다.
첫날 저녁에 프랑스 안시(Annecy)로 버스를 타고 넘어갔다. 50분 정도밖에 안걸려서 참 편했다. 프랑스 물가가 스위스에 비해 싼 편이고 게다가 프랑스 하면 음식!!! 밖에 떠올르지 않아서 그 곳은 나에게 참으로 천국이였다. 베이커리류가 너무 맛있었다. 우리나라 빵집 가격이랑 별로 차이도 안나는데 더 크고 맛있다. ㅎㅎㅎㅎ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프랑스나 독일로 교환학생을 안 간게 참으로 다행이다. 우리나라만큼 맛있는게 넘친다. 내 얼굴은 만월을 넘어섰을 것이다. 게다가 맥주는 우리나라보다 더 맛있고, 크고, 싸다. 와인도... 치즈도... 첫날 저녁에 카우치 서핑 주인 아저씨랑 라끌레뜨를 해 먹었는데 이 치즈가 정말 장난아니게 맛있다. 와인도 따줘서 마셨는데 스웨덴에서 마신 것보다 훨씬 맛있다. 스웨덴에서 와인을 처음 맛보고 맛없다고 생각한게 엊그제 같은데 여기에서는 홀짝홀짝 잘만 마셨다.
다음날에는 아저씨 집에 창문 고치러 수리기사가 와서 덕분에 일찍 기상했다. 커피랑 바게트, 버터까지 아침으로 주셔서 언니랑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까지는 아니고 아무튼) 먹었다. 아침 먹고 안시 호수랑 시내 구경을 쭉 했는데 날씨가 좀 많이 추운 것 빼고는 괜찮았다. 룬드만큼 작은 도시지만 더 활기차고 가게도 많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도 바글바글해서 좋았다. 다만 좀 피곤해서 문제였다. 일찍 일어나서 그런가? 아무튼 좀 이상하게 많이 피곤한 날이였다. 이 날 먹은 것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얼굴만한 마카롱이였는데 우리나라 가격으로 3500원 정도밖에 안하는데 크기는 보통 마카롱의 4배다. 맛도 괜찮다. 프랑스 사람들의 음식 자부심이 이해가 간다. 자부심 가져 마땅한 나라다 ㅠ.ㅠ
안시에서 저녁에 또 버스를 타고 제네바를 거쳐서 로잔으로 넘어갔다. 같이 간 친구들이 갑자기 제네바 구경을 하고 싶다해서 2:2로 갈려서 여행할 뻔 했는데 둘이서 엄청나게 고민하다가 그냥 우리를 따라왔다. 로잔 가는 기차에서 우리는 좀 쉬려고 했는데 자꾸 옆에 앉은 에티오피아에서 온 흑오빠가 말거는 바람에 일분도 쉬지 못하고 로잔에 도착하게 되었다.
로잔에서도 카우치 서핑을 했다. 5명을 받아주는 곳을 어떻게 찾을까하고 고민했는데 받아주는 사람이 있었다. 로잔에서 부모님이랑 같이 살면서 대학에 다니는 학생 집 다락방에서 묵었는데 난방도 잘 되고 좋았다. 와이파이도 빵빵..... 꽁짜로 이렇게 재워주다니 이거 하는 사람들 참 대단하다. 저녁에 바에 가자고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나랑 언니는 그냥 누워서 잤다. 바고 뭐고 그냥 잠이 최고다.
로잔에서 마지막날은 날씨가 엄청나게 좋았다. 1주일만에 보는 해인거 같다. 날씨가 흐렸으면 그닥 즐거운 하루는 아니였을 것 같다. 아침 겸 점심으로 퐁듀를 먹으러 갔는데 맛은 있었으나 두번 먹을 정도는 아닌게 가격이 너무 비싸다. 흑흑.. 하긴 근데 생각해보면 여기는 추파춥스 막대사탕을 1프랑에 파는 나라이니 이 정도 가격은 당연한 거겠지. 아까워서 (그리고 맛있어서) 퐁듀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냠냠. 눌어붙은 치즈가 참 맛있었다. 예상 외로 속도 별로 느글거리지 않았다. 처음엔 화이트 와인 맛이 적응이 안돼서 좀 그랬는데 생각해보니 이 와인 안넣었으면 치즈가 속에서 느글느글 거렸을게 뻔하다. 으 생각만 해도 느끼하다. 우리가 점심 먹었던 가게는 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웨이팅은 없었지만) 서버가 2명 정도 밖에 없어서 참 바빠 보였다. 갑자기 나 알바하던 때가 생각나서 점원이 늦어도 그러려니 이해가 갔었다. 일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사람 몰려들면 기분이 어떤지 갑자기 생각나네. 이럴 때는 뭐 하나 시키기도 참 미안해 진다. 근데 먹기는 해야겠고. 딜레마의 연속이였던 점심이였다. 이때 아침 안먹어서 너무 배고파서 약간 신경질 모드였다. 같이 간 친구가 진정하라고 달래줘서 그제야 제정신을 차렸다. 허허허...
점심 배부르게 먹고 로잔 시내 구경하러 갔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이제 막 시작이였던 참인지 노점상들이 몇개 열려있어서 구경하고 우시 항구로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서 향했다. 유럽의 겨울은 해가 너무 빨리 져서 해 지기 전에 빨리빨리 돌아다녀야 한다. 그게 겨울 여행의 단점.
날씨 버프를 받아서 호수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물은 또 어찌나 투명한지. 항구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해 지는 것을 쭉 바라보았다. 바람이 겁나게 불고 콧물나오고 추웠지만 해가 떠 있을 동안은 그 곳에 있고 싶었나보다 다들. 그렇게 해가 들어가는 것을 배웅하고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한 잔 하고 (특이하게 커피를 시켰더니 스위스 초콜렛 하나씩 줬다.) 숙소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항에 가야 했기 때문에. 그런데 이 날 잠이 안와서 뒤척이다가 1시 쯤에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에 일어나는데 지장이 없어서 참으로 신기했다. 왜 이렇게 잠 패턴이 들쑥날쑥인지 나도 잘 모르겄다.
아침의 기차는 참으로 붐볐다. 공항가는 사람, 출근하는 사람 겹쳐서 그런지 꽉 찼다. 어제 저녁에 다같이 쿱에 들려서 산 샌드위치를 아침으로 먹고 공항에 여유롭게 도착해서 면세점 구경을 했다. 여기서 하나 질렀는데 다름 아닌 스와치 시계. 예전부터 손목시계가 필요하고, 또 가지고 싶었는데 그냥 하루치 숙소비를 시계에 쓰기로 했다. 맘같아서는 이쁘게 반짝반짝 거리는 시계를 사고 싶었으나 실용성이 여기서는 최고기 때문에 실리콘재질 줄에 방수 완벽하게 되는 심플한 시계를 골랐다. 어제부터 쭉 차고 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다. 핸드폰 꺼낼 필요 없이 그냥 쓱 보면 되니까. 아유 편해! :)
어쩌다 보니 글이 기-승-전-시계가 되버렸는데 아무튼 이번 여행도 계획은 별로 없이 갔지만 베를린에 이어서 즐거운 여행이였다. 아무래도 이게 나한테 맞는 여행 패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