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친구들이랑 집에서 애플파이 만들어먹고 짜파게티 끓여먹고 린지로한 나오는 프리키 프라이데이를 참 재미나게 깔깔대며 보면서 시간을 흥청망청 보냈다. 그냥 전형적인 하이틴 영화인데 (게다가 나빼고 다들 한번 이상은 봤댄다 ㅋㅋㅋㅋ) 같이 보니까 왜 그렇게 재미나던지. 애플파이는 아쉽게도 오븐용 그릇말고 그냥 그릇에다 만들어서 열전달이 잘 안되었기 때문에 속이랑 밑에 도우가 잘 익지는 않았으나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라는 디저트계의 라면 스프와도 같은 존재가 있었기 때문에 싹싹 해치웠다. 싹싹..! Netto에서 산 3봉지 짜리 팝콘도 어제 마지막 봉지를 뜯어서 끝냈다. 덕분에 내 식량이 조금 털리기는 했는데 친구들과 어울릴 때의 즐거움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기에 그냥 신경쓰지 않으련다. 친구들이 USB로 내 노트북에 있는 음악들도 좀 털어갔다. 케빈은 누자베스랑 플라시보, 바흐 음악을 가져갔는데 바흐 발음을 내가 알아듣지 못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까지 만난 친구들 중에 유일하게 DJ shadow의 Entroducing 앨범을 많이많이 좋아하는 친구다. 뭔가 아는 친구. 애나도 음악을 좀 가져갔는데 한국 밴드 음악도 추천해달라 해서 인디 음악 폴더를 따로 만들어서 추천해 주었다. 나랑 취향이 비슷해서 아마 내가 넣어준 음악 거의 다 좋아할 것 같다. 아님 말고 허허허. 한국 음악도 인디 음악 중에 보물 같은 음악들이 참 많은데.. 아무튼 음악의 세계는 넓고 넓어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여기 와서 음악적 취향이 비슷한 외쿡 친구들을 만나게 되서 아무튼 정말 반갑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지속적인 음악적 교류를 할 수 있겠지?
근데... 정말 주관적이고 일반화의 성급한 오류같은 생각이기는 한데 여기 교환학생 생활을 하다 보니 미국에서 온 친구들이 제일 요리를 집에서 대충 해먹고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모든 미국 사람들이 그러는 건 아니지만 왜 이렇게 내 주위 애들을 보면 자꾸 그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미국에서 밖에만 나가면 싸고 맛있고 양많고 (그리고 unhealthy한 ㅋㅋㅋㅋ 저 단어는 한 스웨덴 친구가 네이션에서 뒷풀이 할 때 발언한 건데 정말 적재적소에 잘 말했다) 음식이 널렸는데 여기 오니 바깥 음식 가격은 비싸고 해먹자니 귀찮고 해서 걍 대충 먹고 사는 것 같다. 뭐 근데 나도 귀찮아서 씨리얼에 요거트 말아 먹는 빈도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니 할 말은 없지만! 호호. 요거트 아침 마다 먹은지 드디어 한 달 조금 안됬는데 아직도 맛있다. 한국에 돌아가면 아마 이 1.5L 팩에 담긴 요거트들을 엄청나게 그리워할 것 같다. (그리고 스웨덴 Fika 간식인 초콜렛볼도!)
아쉬운게 여기서 친해진 애들 상당수가 미국에서 온 친구들인데 다들 한학기만 하고 돌아가니 슬프다. ㅠ.ㅠ 다음 학기에도 좋은 애들 오고 만나고 다시 친해지고 그러겠지만 이제 한달하고 1~2주만 있으면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니 시간 참 빠르다. 그런 고로 캘리포니아랑 시카고는 나중에 미국 여행할 때 꼭꼭꼭 들려야지. 미국여행도 졸업하기 전에 꼭 가고 싶다. 음식에 대한 천조국의 기상을 마음껏 느끼고 오고 싶다. ㅋㅋㅋㅋ
기쁜 소식은 고3때 친구가 스웨덴으로 다음 학기에 교환학생을 온다는 것! 꺅! 아쉽게도 스톡홀름으로 공항을 선택해서 기숙사 입사 전에 내 방에서 무전취식할 기회를 얻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히히. 뭐 친구도 이제 여기 오면 바빠서 많이 보지는 못하겠지만 한국을 떠나서 이 먼 곳에서 다시 본다는게 참 신기하다.
아 그런데 겨울방학에 뭘 해야할지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 1월달에 밀란으로 가는 비행기표가 싸서 이탈리아 여행을 해볼까 생각중인데 같이 가자는 친구가 아직도 확정을 못내려서 예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 뭐 나도 아직 겨울방학이 언제 끝나는지 (여기는 무지 짧다) 스케쥴을 모르니 빨리 되는지 안되는지 말해달라고 무작정 다그치기도 뭐하고. 12월 말부터 1월 초에는 유럽친구들은 다들 집으로 돌아가니 나만 덩그러니 기숙사를 지키게 될 수도 있겠다. 일단 다음학기 수강신청 결과가 나와야 뭐든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흠 조금만 더 기다려봐야지. 어제는 찬바람 너무 쐬서 몸이 조금 열이 난다. 그런데 날씨 어플로 확인해 보니 서울이 최저 기온이 더 낮다. 스웨덴 날씨의 장점 중 하나는 일교차가 심하지 않다는 것! 이거 하나는 마음에 든다.
원래 오늘의 플랜은 오후에 그래픽스 팀플을 하는 거였으나 스웨덴 친구가 사랑니 뽑아서 통증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호소해서 내일 저녁으로 미뤘다. 내일은 부디 괜찮아 지기를 빌어야 겠다. 어서어서 나으렴! 지금 하고 있는 그래픽스 공부는 분명 흥미로운 분야이긴 한데 아직 나한테 잘 맞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대체 나한테 딱 맞는 분야는 어딜까? 솔직히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근데 다르게 생각해 보면 지금 헤매는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복잡허네. 다음 학기에는 영문학부 과목을 꼭 들었으면 좋겠다. 컴퓨터공학과에서 영어로 들을 수 있는 과목 상당수가 한국 대학 전공의 커리큘럼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절실히 영문학부 과목을 원하고 있다. 이런 나의 바람이 대학 담당자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네. 듣고 있나요? Can you hear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