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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와 영상통화
    Diary/2022 2022. 7. 15. 10:20

    오랜만에 친구랑 영상통화를 했다. 이것저것 근황 공유하다 보니 두 시간이나 지나가 있었다. 뉴욕 여행 다녀오고 시차 적응이 아직 안 된 참이라 통화 끝나고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원래 친구나 지인 결혼식에 관심이 없지만, 이 친구의 결혼식만큼은 관심이 가서 일본 오기 전부터 어떻게 돼가냐고 가끔씩 물어봤었다. 그런데 결말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나로서는 그저 얼른 친구가 마음을 추스르고 안정적인 삶을 꾸려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와중에 내 여행 이야기를 하려니 뭔가 분위기 전환이 급격하다고 생각했지만, 내 이야기를 재밌게 들어주는 친구가 고마웠다.

    성숙한 어른을 보고 싶다는 것은 나와 친구의 공통적인 바람이었다. 앞으로 오래 살아갈 우리의 삶을 생각하면, 어떤 힘들고 이상한 일이 닥쳐도 마음 잘 추스르고 사는 성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좋은 연인은 만나지 못했지만, 그 대신 정말 힘들 때 그냥 내 고민을 잘 들어준 사람들이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다. 친구는 자기도 그런 어른을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이미 이 친구 자신이 그런 어른이 돼가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누군가의 결혼식에 관심 가진 적은 처음인데 이렇게 끝나서 내가 다 허무하다. 내 뉴욕 여행도, 친구의 이야기도 전부 현실이 아닌 꿈같다. 뉴욕 여행을 하면서 친구 집에 머물렀는데, 원가족을 벗어나서 누군가의 집에 그렇게 오래 머문 적은 처음이었다. 마음이 너무 편했어서 다시 돌아가고 싶다. 거실 소파에 누워서 담요를 덮고 티브이를 봤다. 이렇게 맘 놓고 내 맘대로 보고 싶은 티브이 프로그램 보고 낮잠 자면서 푹 쉰 적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어렸을 때 소파에 누워서 뒹굴 거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삶의 어느 순간부터 못하게 된 사치였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어느덧 특별한 일이 돼버린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지금 살고 있는 도쿄 집도 딱히 나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내어 줄 공간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예전에 미국 여행을 다녀와서 한동안 한국의 삶이 너무 싫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미국에서 경험하고 온 넓은 공간에서의 친구들의 자유로운 삶이 나의 한국 삶과 너무 대비돼 그랬던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가 이렇게 주거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이었는지 몰랐었다.

    둘 다 이제 책은 적당껏 읽고 삶을 좀 더 즐기면서 살기로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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