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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럭무럭 커가는 팀
    Diary/2022 2022. 5. 23. 14:49

    팀이 무럭무럭 커가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 작년에 다른 팀에서 협업하던 개발자 분이 우리 제품에 관심이 있어서 전배 오셨다. 초등학생보다 못하는 우리들의 일본어를 하나하나 들어주면서 교정해주는 착한 사람이다. 이력이 재밌는 분이다. 대학 전공은 법학이고, 필리핀 어학연수 가서 영어 배우고, 갑자기 개발자가 돼서 싱가포르에서 일하다 일본에 돌아왔다고 한다. 오늘 근처 백화점에 다 같이 점심 도시락 사러 갔는데, 지나가다 우타다 히카루 화장품 광고 사진을 봤다. 우타다 음악 좋아한다고 하니까, 자기도 좋아한다고, 가라오케에서 'Beautiful World' 부르다가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그만뒀다고 했다. 그 노래는 우타다도 라이브로 소화하기 힘들 거라고, 엄청난 시도라고 칭찬해드렸다. 이래서 사람은 겉으로 보고 평가하면 안 된다.

    일본에 막 도착했을 때 비슷한 시기에 프로덕트 매니저가 합류했다. 미국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는데, 일본으로 파견 보내서 원래는 두 달만 있으려고 왔는데 어쩌다 보니 2년째 있는 분이다. 이직 전에는 라쿠텐의 글로벌화를 도왔다고 한다. 마라톤이랑 철인 3종 경기에 참여한다고 한다. 이지 고잉 한 사람이라서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한, 정말 매니저에 제격인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의 일본어가 자기보다 낫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자꾸 나한테 식당에서 슬금슬금 통역을 맡기고 있다. 그래, 모든 건 기브엔 테이크지 하면서 나도 겨우 알아듣고 해석해주고 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영어보다 일본어가 키워드 알아듣기가 편하다는 거다. 대학교 통역 시간에 배운 스킬 중 하나로 키워드를 알아듣고 전체 그림을 역으로 짜 맞추기가 있는데, 그때 당시 영어는 정말 두뇌를 풀가동해야 키워드 캐치가 가능했다. 문법도 그렇고 발성도 그렇고 전부 한국어랑 너무나도 달라 힘들었다. 하지만 일본어는 상대적으로 듣기 연습을 덜 해도 짜 맞추기가 수월한 게 느껴진다.

    그리고 저번 주에는 한국에 있을 때 인터뷰 봐서 뽑은 인도인 프런트엔드 엔지니어가 한 명 팀에 합류했다. 이 사람도 만만치 않게 이지 고잉 하다. 인도에 있을 때 유니클로 웹 개발에 참여하면서 일본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한다. 디자이너 쪽도 만만치 않게 재밌는 사람이 많다. 작년에 디자인 리드가 밤낮 안 가리고 채용에 열 올려서 엄청난 에너지의 디자이너를 캐나다에서 데려왔다. 이렇게 파이팅 넘치는 디자이너는 처음 겪어본다. 나보고 자기가 디자인 목업 만들면 컴포넌트 뽑아낼 준비됐냐고 했는데 너무 멋있어서 반할 뻔했다. 이 친구의 취미는 킥복싱이다. 이케아 가구를 정말 빨리 엄청난 완성도로 조립한다.

    다만 엔지니어링 매니저 구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디자인 리드가 사람 보는 눈이 엄청 좋아서 그의 안목을 믿고 있다. 나도 이제야 인터뷰 진행 감을 잡은 것 같다. 처음에는 무슨 질문을 하면 좋을지 몰랐는데, 몇 번 보다 보니 저번에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아서 아쉬웠다든지, 아니면 이런 질문은 굳이 안 해도 되겠다든지 하는 감각이 생기는 것 같다. 회사가 인성과 기술의 조화를 중시하는 곳이라서 다행이다.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사람은 뽑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회사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최적화보다는 일단 뭐라도 만들어내야 하는 분위기라 다른 사람의 코드를 찔끔찔끔 유지 보수하기보다는 삽으로 맨땅을 팍팍 파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회사 같다.

    면접을 보다 보니 신기한(?) 마인드의 지원자들도 간접, 또는 직접적으로 경험했다.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아 중심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그로 인해 얻는 이점이 면접관들에게 어필되지 못해 떨어졌다. 그런데 그들의 현재 직장이 같았다. 너무나도 일본과 한국에서 큰 기업이라 이름은 말 못 하겠지만, 이런 우연이 있나 싶다. 이 분들에게 라이언 홀리데이의 '에고라는 적'이라는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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